낯선 길에서 발견한 작은 깨달음
합창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늦은 저녁,
늘 다니던 길을 따라 운전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익숙한 표지판이었음에도 날카로운 불빛으로
잠시 방심한 사이, 다른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유턴을 하기 전까지 차는 한참을 미끄러지듯 달려야 했고, 시계는 이미 도착시간에서 20여 분이나
멀어져 버렸다.
피로와 짜증이 깊어졌다.
하루 종일 노래와 회의로 몸을 혹사한 뒤라,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
차창 밖 풍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낡고 오래된 건물.
매일 다니던 도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골목
멀리서 반짝이는 간판과 새롭게 정비된 공원의 모습
내가 몰랐던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잘못 든 길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풍경을 결코 보지
못했을 것이다.
작은 포장마차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공기는 싸늘했지만, 붉은 불빛이 퍼져 나와 도로를 데우는 듯했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바닥에 잔잔히 튀어 오르고, 바람은 가을 냄새를 싫어 나르며 귀를 스쳤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언제나 빠른 길, 지도에 표시된 경로,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최단거리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길을 잃는 순간은 불가피하게 찾아온다.
그때마다 우리는 낭비했다고 생각하며 조급해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빗나간 그 길에서 얻는 것이 의외로 많다.
잘못 든 길에서야 비로소 만나는 풍경이 있다.
돌아가야 하는 우회로가 짐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곳은 예상치 못한 빛과 소리,
그리고 사유를 선물한다.
낭비라고 여겼던 시간이 오히려 내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합창도 그렇다.
악보 위에는 쉼표가 자리한다.
정해진 리듬만이 음악이 아니듯,
침묵과 공백도 음악의 일부다.
오늘의 지연은 내 일상에 놓인 하나의 쉼표였다.
차창에 부딪히던 가을바람과, 불빛 아래 서 있던 사람들의 그림자는 또 다른 화음처럼 다가왔다.
돌아보면 내 삶에도 이런 길들이 있었다.
계획에서 벗어난 선택,
잠시 주저앉았던 순간들.
그때는 당황과 후회가 앞섰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새로운 사람, 다른 배움으로
뜻밖의 기회로 이어졌다.
마치 음과 음 사이의 빈 공간이 노래를 더 깊게 만드는 것처럼,
삶 역시 빗나감과 공백이 있어야 더 풍성해진다.
오늘의 잘못 든 길은 단순한 지연이 아니다.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메시지였다.
길을 벗어난다는 것은
곧 다른 풍경을 허락받는 일이고,
그 속에서 다시금 또 다른 깨달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늦었지만,
창문 너머로 들어온 바람은 여전히 노래처럼 맴돌았다.
잘못 든 길이 내게 속삭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