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이 흐른 자국에 시선이 머물 때
아침이 문을 열기 전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지는 투명한 선線들
낮은 채도로 내려앉은 하늘은
수묵화의 번짐으로 가득하다
창틀에 맺힌 물방울 하나가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흐른다.
그 자국을 따라 시선이 멈춘다.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비워지는 소리
빗장이 풀린 자리마다
서늘한 온기가 고인다
오후가 깊어가도록
그칠 기색이 없는 비
나의 숨 고르기 사이를 촉촉이 적시고 있다
오늘 비는 단순히 내리는 현상을 너머
세상을 정화하고 비워내는
차분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온갖 소음과 경계가 무너지며
씻겨 내려가는 빈 공간을
조용히 숨죽인 채 한참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