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오늘 오는 비

물방울이 흐른 자국에 시선이 머물 때

by 안명심


오늘 오는 비



​아침이 문을 열기 전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지는 투명한 선線들

낮은 채도로 내려앉은 하늘은

수묵화의 번짐으로 가득하다


​창틀에 맺힌 물방울 하나가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흐른다.

그 자국을 따라 시선이 멈춘다.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비워지는 소리

빗장이 풀린 자리마다

서늘한 온기가 고인다

​오후가 깊어가도록

그칠 기색이 없는 비


나의 숨 고르기 사이를 촉촉이 적시고 있다







詩作 노트

오늘 비는 단순히 내리는 현상을 너머
세상을 정화하고 비워내는
차분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온갖 소음과 경계가 무너지며
씻겨 내려가는 빈 공간을
조용히 숨죽인 채 한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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