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은 악이라는 관점에 대해
중세시대 유럽에는 삼포제라는 규칙이 있었다. 땅을 셋으로 나눠 3년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농사를 짓지않고 땅을 쉬게하는 것. 비료가 없었던 시절 그때는 그게 제일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화학비료가 개발생산된 19세기 이후로는 연작이 가능해졌다. 물론 지력이 쇠퇴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여전히 있지만, 삼포제 농업하던시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생산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농업에 산업혁명과 자본이 대량으로 들어오게 된게 언제일까?
난 일본 농업은 굳이 보러갈필요도, 벤치마킹할 필요도 없다라고 생각한다. 산업혁명이후로 농업 역시 미국과 유럽이 중심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기술혁명과 산업혁명으로 고도의 경제생산시스템이 자리잡은 나라가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과 한국이다. 미국과 유럽은 농업분야에서도 나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일본과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두나라 모두 대표적인 식량수입국가이다. 두 나라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농업이 고도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쌀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모든 곡물중에서 으뜸이다. 그래서 그런지 쌀생산량이 농업생산량의 거의 전부가 되고 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농업선진국에서는 그 땅에서 밀만 생산하지는 않는다. 밀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소재들, 먹거리들, 가공식품들이 부족한 밀의 생산량을 메꾸고도 남는다. 게다가 밀에서 생산되는 것은 식량뿐만 아니다, 사료, 비료, 산업용 바이오소재까지 너무나 많은 것들이 농업생산물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들 나라의 농산물 이용효율이 90%라고 한다면 한국은 20%가 될까말까한 수준... 사실 여기에서 농업경쟁력의 격차가 발생한다.
농업선진국들이 표준화, 규격화를 통해 대량생산과 파생상품의 다양화로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데에 비해, 한국은 관련 시스템이 그에 못미치니 이제는 반대로 간다. 대량생산은 죄악이고, 지력을 쇠퇴시키는 일이고 농부의 여유로운 삶을 위해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일부 관점에서는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국가전체의 농업정책으로 삼기엔 너무나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부가 해피하게 살수 있는 적당한 (저)생산시스템을 유지하려면 국가 보조금 지급이 필수이다.
이익은 매출에서 매입을 뺀 것인데, 조금만 생산하면 종자값, 농기계 임차료, 인건비 등등 여러가지 비용을 제할 경우 남는게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 여태까지 보조금으로 농가소득을 보전해줬는데.. 언제까지 보조금을 받아가며 정부눈치봐가며 살아갈 것이다. 농업은 이땅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중요한 산업이라고 또 생명의 활동이라고 누군가 계속 열심히 뽕을 주입하고 있지만.. 식량자급률이 60%대이고, 쌀빼면 5%도 채안되는 수준이면서 당당하게 국민먹거리를 공급한다라고 그렇게 말하는게 민망하기만 하다. 마트에서 농산물로 판매하는 것만 식량이고 농산물인가? 이미 국민들은 그런 걸로 소비하는 것보다는 가공식품이나 외식업체에서 더 많이 소비한다. 그런데는 당연히 수입비중이 높다.
가공식품, 외식산업에서 사용되는 외국농산물을 대체하려고 해도 생산량이 얼마안되어 전량 대체하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에 국민 먹거리를 책임진다라고 생각한다면.. 국산 농산물 생산량을 늘려 수입산을 대체하는 게 가장 우선적인 목표가 되어야하는 게 타당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