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보다는 가공기술을 활용하는 지방대체기술
많은 소비자들이 식품을 먹고 살이 찌지 않기를 바란다. 식품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일수록 가공식품에 표시된 영양성분들을 꼼꼼히 읽어보고 사는 경향이 있다. 비만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은 살이 찌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칼로리가 낮거나 지방이 낮은 식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식품회사들도 이러한 소비자 니즈에 맞춰 “저칼로리” 또는 “저지방”으로 표시될 수 있는 식품을 출시하고자 노력한다. 특히, 지방 함량을 낮춰 “저칼로리”와 “저지방”을 동시에 잡는 방법으로서 기능성 탄수화물을 이용하여 지방을 대체하는 기술은 꽤 오래전부터 유력한 해결책중 하나로서 현재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적용범위를 넓히고 있는 식품 유망 기술 중 하나이다.
지방대체시 맛 풍미외에도 물성적인 면도 고려해야
지방은 3대 영양소의 하나로서 식품 안에서 중요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한다. 지방은 식품 고유의 풍미를 구성하며, 바삭함과 부드러움과 같은 조직감에도 영향을 주며, 특히 먹을 때 creamy한 느낌을 주고 목넘김시 부드럽게 넘기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지방 대체시 상당량의 관능적 변화가 상당히 일어날 수 밖에 없고, 이런 풍미변화는 저지방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주요한 이유가 된다. 그러므로, 지방을 대체하려면 단순한 지방 제거 방법만을 적용하는 것 뿐만아니라 지방을 대체함으로써 잃어버린 물성과 풍미의 보완도 같이 생각해야만 한다. 때문에 지방을 대체하는 기술은 설탕처럼 미뢰로 느끼는 맛속성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의 촉감, 물성등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도 동시에 고려하여 적용해야하는등 여러가지 기술의 융복합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대체소재 적용시 안전성에 유의해야...
지방을 줄이는 전략은 크게 2가지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지방과 1대1 직접 대체가 가능한 소재를 새로 만들어 지방을 대체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예는 올레스트라(Olestra)와 살라트림(Salatrim), 카프레닌(Carprenin)이 대표적인 것으로서, 기존 지방의 구조를 변형시켜 소화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올레스트라는 설탕 골격에 지방산을 6~8개 결합시킴으로써 체내 지방분해효소가 인식하고 분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올레스트라는 지방물성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어 튀김유, 베이커리용 소재, 반죽개량제, 필링소재 등 다양하게 사용가능하다. 그러나, 천연 지방의 구조를 변형하여 만든 지방대체소재의 경우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방해하고, 소화기능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천연 지방에서 지방산 한 개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저칼로리 유지로 알려졌던 디글리세라이드 오일(DAG)은 일본 Kao사가 개발하여 에코나라는 브랜드로 성공리에 시장에 안착하는 듯 했으나 인체 대사중 발암물질인 글리시돌이 생성될 우려가 있다고 하여 2009년 사용승인이 취소되기도 하는 등 식품안전에 있어 불완전한 부분을 노출하는 한계가 있었다.
지방대체는 소재가 아니라 응용기술이 핵심
지방의 경우 결코 작지 않은 분자이기 때문에 대사소화과정을 속여 칼로리를 줄이는 전략은 앞서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지방대체를 단순히 소재중심으로만 생각할 경우 이런 문제에 맞닥뜨릴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신규 지방대체소재를 개발하는 것외에도 지방과 유사한 속성이 있는 기존 소재, 즉 지방유사소재(fat mimetics)에 복합가공기술을 적용하여 지방과 유사한 물성, 조직감과 풍미를 내는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전략을 사용한 대표적인 사례를 들면 무지방 요거트, 저지방아이스크림, 저지방 유가공품, 마가린 및 쇼트닝, 스프레드, 저지방 쿠키 및 샐러드 드레싱 등을 들 수 있다. 지방대체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지방유사소재는 보통 단백질에서 유래한 것과 탄수화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이들 소재를 사용한 지방대체 시 단순히 지방을 빼내고 그 소재를 보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결코 지방은 대체되지 않으며 보통 유화분산과 같은 강한 전단력이 발생하는 가공기술을 적용시 이들 입자가 식품 내에 고르게 분산되면서 적당한 점도를 부여하기 때문에 지방을 대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지방이 가진 고유의 크리미한 맛과 물성을 내기 위해서는 나노 수준에 육박하는 작은 입자로 잘게 쪼갠 후 분산을 시켜야하므로 지방유사체를 활용한 지방대체기술은 나노기술의 특징도 함께 가지고 있다. 결국, 지방유사소재의 사용효과는 소재 종류보다는 가공기술의 적절한 활용에 의존하는 면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식이섬유는 좋은 지방유사소재가 될 수 있어...
지방유사소재 중에서도 탄수화물 소재는 고유의 점도와 물성이 지방과 유사하다는 장점외에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여 널리 사용되고 있다. 탄수화물 중 단당과 이당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소재가 지방대체의 기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는데, 이중 특히 주목해야하는 것은 식이섬유다. 식이섬유는 g당 2kcal으로서 지방에 비하면 약 20% 수준인 열량을 가지고 있어 칼로리 저감효과가 뛰어날 뿐 아니라 유화분산능력이 우수하여 물성과 식감에서 지방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식이섬유 또는 올리고당으로 지방을 대체하는 기술은 이미 오래전에 개발되어 상용화되었는데, 폴리덱스트로스는 단순히 식이섬유가 아니라 지방대체재로서 1980년대부터 사용되고 있을정도로 이 분야에 있어 대표적인 소재다. 그 외에도 이눌린과 프락토올리고당, 환원물엿과 같은 저칼로리 탄수화물 소재 및 잔탄검과 카라기난 같은 각종 검류 및 변성전분과 같은 다당체들도 지방대체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탄수화물 소재는 단백질 유래 소재와는 달리 식품 알러지가 비교적 적은데다가 불용성인 결정셀룰로오스나 식물성식이섬유들도 용도에 따라선 적절한 기술이 적용될 경우 지방대체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적용범위가 매우 넓다는 장점이 있어 향후 사용성을 주목할만하다.
신소재보다도 새로운 응용기술에 관심을...
식품 기능성 신소재는 좀더 건강한 식품을 개발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매우 각광을 받는 연구분야였다. 그러나, 개발된 신소재들을 실제 제품에 적용한 결과 단순하지 않은 식품 시스템 때문에 단순히 A라는 물질을 B로 대체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대체시에는 반드시 맛과 물성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을 함께 고려하여 적절한 가공기술을 사용해야만 한다는 것이 상식화되어가고 있다. 지방대체기술은 그러한 대체기술흐름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으며 글로벌 식품 리더들은 신소재 개발과 더불어 새로운 가공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 적용하고 있기에 앞으로는 가공기술쪽에 좀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