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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에 대한 심각한 오해

제2의 미미쿠키는 언제든 또 등장할 수 있음.

#수제에 대한 오해.
#수제가 필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미미쿠키사태를 보면 수제라는 것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져야할 필요가 있겠다.
보통사람들은 수제라는 게 #건강 #안심 #믿고먹는 이런 키워드와 동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수제버거를 먹는 이유 중 맥도날드 같은데서 먹으면 햄버거병 생길까봐.. 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근데, 초보가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대기업 패스트푸드점보다 수제버거집이 더 위험하다. 대량생산하는 대기업에선 그것만 만들어온 전문가들이 만든다. 게다가 온갖 소비자의 클레임을 받아가면서 개선에 개선해온 제품이기때문에 아무 트레이닝도 받지 않은 일반인이 그 제품 수준을 넘기란 매우 어렵다.


수제에 대한 오해가 생긴 건...
대기업에선 유기농, 알러지프리 등등 소규모 소비자들만 있는 시장에 일일이 맞춰 출시할만큼 그들의 생산시설이 한가하지 않다. 일정규모 이상 되어야 수익이 나기때문에 소수의 소비자들을 위한 배려는 어쩔 수 없이 무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건강이 식품선택의 첫번째 이유인 사람들은 소수이지만, 절실하기때문에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회사에 대해 안 좋은 기분을 가지는 듯하다. 그래서, 건강하자는데... 그걸 무시하니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이 된다.
수제의 가치는 그런 소수의 마니아층 수요를 챙겨줄 수 있다는데 있다. 소량생산되기에 소수의 요구에 맞춰 바로바로 레시피와 공정 변경이 가능하다. 요즘은 인터넷만 봐도 식품만드는 기술이 꽤 자세히 나와있기에 수제라는 시장에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매우 쉬워진 상황이다.
그러나, 수제 식품 사업은 보이는 것처럼 쉬운 게 아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보듯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야 가게운영부터 상품구성까지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유지하는게 가능해지지 그냥 좋아보여서 주먹구구로 시작하면 시작 즉시 망하는게 요즘 외식업이다.


그리고, 소규모 제조에 필요한 설비들.. 한국엔 마땅한게 없다.
식품설비제조업자들 만나보면.. 뭐 저렇게 만들어놓고 왜 그리 비싸게 받냐.. 란 생각 들 정도로 가성비가 매우 안 좋다. 그래서 중국 알리바바에 눈을 돌려... 가성비 괜찮은 설비를 찾게 된다.
일반 가정용 조리기기로도 수제제품 생산은 가능하다.
그러나, 1회당 생산량이 얼마 안되니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양은 얼마 안된다. 소비자들은 수제라서 좋다라고 해놓고.. 가격에 대해서는 비싸요.. 가 입에 붙어있다. 미미쿠키 작업장을 보니 가정용 소형 컨벡션 오븐 4대 놓고 굽는 것 같은데... 생산량에 소비자들 얘기하는 가격 곱하면 하루에 10만원어치는 만들 수 있을까? 생각되더라.

그래서 수제식품은 비싸질 수 밖에 없다. 그거팔아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야한다면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수제식품 가격보다도 꽤나 비싼 가격을 받아야할 것이다. 가격이 올라가면 판매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유기농 원료만 사용하는 수제 식품전문점.. 말은 좋은데.
유기농 원료라 가격은 비싸고, 가공설비도 비싸고, 요즘은 임대료랑 알바 인건비도 올랐다.


이런 상황이라면 가게주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건 3가지가 있다.
1. 엄청 많이 판다.
2. 원료 조금만 넣고 만든다.
3. 핵심원료중 일부만 유기농을 쓰고 다른 건 시중에서 구입한 싼 원료.
1번은 힘들다. 줄서서 먹는 맛집이라고 해도 테이블회전수랑 판매량 잘 계산하지 않는다면 팔면팔수록 적자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가 드문게 아니다. 1월 7월에 곡소리 난다. 개인사업자들 부가가치세 신고기간인데 그동안 부가가치세 따져보지 않고 막 판다음.. 정작 신고해보니 정부에 내야할 세금이 엄청 많은 거다. 그래서 결론은 대출로 세금낸다.
2번 경우도 흔하다. 유기농 제품인데 비싸고 맛이 없는 건.. 이래서 일 경우가 많다.
3번은 좀 머리 쓴건데.. 사실 이건 표시사항 위반이다. 법적으로 유기농 제품이라고 광고를 하려면 모든 원료가 유기농이어야하고 유기가공인증받은 시설에서 만들어야 유기농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인증비용 200만원, 매년 확인점검 받아야되는 등 공식적인 절차를 받아야하는데 대다수의 소규모 개인제조업자들은 이런 걸 잘 모른다.
법대로라면, 식당에 써붙여져있는 각종 몸에 좋은 음식이야기는 근거가 불분명하므로 단속대상이다.


진짜 수제가 수제다운 대접을 받으려면..
판매하는 제품이 대기업제품보다 더 우월한 퀄리티를 갖고 있어야할 것이다. 그러려면 그분야에서 진짜 명장소리를 들을 정도로 기술이 뛰어나야하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맛과 품질보다는 #키워드 와 #컨셉 중심으로 식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초짜도 별볼일 없는 조악한 품질의 제품에 #착한 #유기농 #수제 이런 단어만 붙여놓고선 돈들여 맛집프로그램이나 언론보도를 내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이쁘게 잘 나오게끔 인테리어에 돈을 쳐발라 놓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와서 팔아준다.
시중에 맛집으로 소개되는 곳은 대부분 다 그런 곳들이다. 
거기서 코스트코 쿠키를 팔던, 양산된 빵을 팔던... 인스타그램에 나온 그럴듯한 비쥬얼을 타고 맛집으로 소문나면 그만인 거다.
이렇게 마케팅홍보에 돈을 들여 맛집을 만들어내다보니 진짜 제대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외식업으로 성공하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다. 이제부터라도 만들어진 맛집에 속지말고, 키워드로만 착한 맛집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

쓰다보니 기술을 갖춘 사람이 성공못하는 이유들도 몇가지 같이 생각나는데.. 그건 다음에...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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