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과 관능의 진짜 의미
마이야르 반응? 식품을 배운 사람에겐 어떤 의미일까?
보통은 빵맛의 구수함을 나타내는 원리가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보통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다양한 사실들을 내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마이야르 반응에서 생기는 리덕톤류들.
리덕톤은 환원력이 강하고 더불어 항산화력도 강하다.
갈변이 일어난 식품에서 이걸 추출해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 아마.. 엄청난 일이 발생할 거다. 첨가물의 역사가 대변혁됨.
근데, 마이야르 반응중 생성되어 또 금방 다른 물질들로 분해되어버리기에 이걸 써먹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비타민 C, 즉 어스코르브산은 대표적인 리덕톤류중 하나다.
비타민 C는 생각외로 식품가공중 많은 일을 한다.
이 물질이 반응성이 높은 이유는 엔올구조이기 때문이다.
엔올과 케톤, 이 두 토토머는 천연물 내 물질반응에서 꽤 자주 등장한다. 이들을 만났을때 뭐가 나올지는...
어제 마이야르 반응 강의 준비를 하다가..
리덕톤 저기다가 미네랄 좀 붙이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봤다.
색깔이 그대로 갈색일까? 아니면 다른 색으로 변할까?
식품 조리, 가공중엔 다양한 화합물들이 다양한 반응을 해서 다양한 물질들로 변하게 된다.
우리는 그 변화를 맛, 색, 향 등으로 인지한다.
분자차원의 굉장히 작은 nano scale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macro system에서 알 수 있다는 게 신기한데다가 그 변화의 징표가 맛, 색, 향 이라니...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반대로 맛, 색, 향이 변한 걸 보고, 분자구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정해볼 수도 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굉장히 작은 분자들의 세계이기때문에 머리에 있는 논리적 상상의 눈으로 그 변화들을 목격해볼 수 있게 된다. 누가 더 잘 생각하느냐가 시력의 좋고나쁨을 결정한다. 식품의 맛,색, 향은 식품이 보내는 시그널이다. 자기 지금 이런 상태라고 얘기를 해주는 거다.
식품연구의 즐거움은.. 바로 분자변화와 맛,색,향의 변화를 링크시켜 상상의 눈으로 보려고 하는데에서 온다. uv-vis나 NMR, IR 이런 분광학적 기술만이 분자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람은 그런 정밀한 인지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맛, 색, 향등으로 나름대로 미시세계를 보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
식품 품질 관리시 맛, 색, 냄새의 변화를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데에 있다. 기기분석처럼 수치로 딱 나오는 게 아니지만. 뭐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는 성상으로 부터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식품화학 과목 중 마이야르 반응 강의 준비하다가 모 농업기술센터에서 식품 품질관리에 대한 강의를 요청받아 이 두가지가 머리속에서 믹스 되어 생각난 게 이 이야기다. ㅎㅎ
지난 학기까지만 하고 관두려고 했는데.. 이런 생각들이 자꾸 나니. 대학에서 식품화학 강의하는 걸 멈출수가 없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