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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에서 생각하는 과학

오늘 저녁은 집근처 볏짚삼겹살집에서 먹었다.


볏짚은 나무보다 더 높은 온도로 올라가서 그을음이 없고 훈제맛이 난다고 하는 장점이 있다고 얘기한다. 난 잘 모르겠던데?


먹으면서 떠올린 건..


볏짚과 나무의 차이.


볏짚은 온도가 더 높게 올라가지만 금방 타고 꺼져서 밥이나 국처럼 오랜 시간을 지속적으로 가열해줘야하는 요리에는 쓸수 없다.


오래 끓일때는 나무, 장작을 써야한다.


볏짚과 나무의 차이는 리그닌의 차이.


벼는 단년생 식물로서 풀류에 속한다.


조직에 리그닌이 적어 부드럽고 갈색이 덜하다.


상대적으로 셀룰로스 함량이 높다.


나무는 다년생 식물이고 조직에 리그닌이 30%가량 포함되어 있어 셀룰로스 추출하려면 이것부터 제거해야한다.


리그닌이라는 것은 나무를 나무답게 만들어 주는 물질로서 단단함을 부여한다. 비유하면 시멘트의 역할을 한다.


나무가 풀보다 단단한 이유도 리그닌에 기인.


리그닌의 정체는 다수의 벤젠고리가 포함된 화합물, 즉 폴리페놀성 화합물이다. 나무에서 리그닌을 빼내면 펄프가 된다. 바꿔말하면 종이의 원료 펄프는 나무에서 리그닌을 제거한 물질이다.


여기서 잠깐. 


애초부터 리그닌이 거의 없었던 볏짚이라면.. 그대로 펄프화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실제 가능하다. 우리나라엔 없지만 볏짚같은 풀로 만든 종이가 일본엔 있다. 그리고, 이집트에서 자라던 파피루스풀은 종이로 만들어져 기록용으로 사용되었다.


종이를 어떻게 만드는가..를 얘기하면.


닥나무 에서 만드는 한지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정확히는 나무가 아니라 껍질에서 만든다.


껍질을 짓이겨 세척하고 얇은 막으로 만든 후 건조하여 종이를 만든다. 껍질은 조직이 성기기 때문에 그정도의 가공으로도 충분히 리그닌을 세척할 수 있어 물리적 가공을 통해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현대의 종이는 껍질을 포함하여 나무 전체로 만든다.


한국에는 펄프용 나무가 자라지 않아 전량 외국에서 수입한다.


펄프를 국내에서 만들고자 한다면. 리그닌 빼낼려고 처리한 알칼리 폐수때문에 환경오염문제가 심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서 수입하는 게 다행일지도 모름.


참고로 핀란드에서는 리그닌을 빼낸 폐액에서 자일리톨을 만든다.


지금은 그렇게 만들지는 않지만.. 어쨋거나 최초의 자일리톨은 펄프폐수에서 만들었다는 사실...


다시 볏짚이야기로 돌아오면...


볏짚은 탄수화물 중에서도 셀룰로스 덩어리다.


셀룰로스는 탄소 경제의 핵심 자원으로서 지금도 중요하고, 미래에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나 같으면 볏짚에서 셀룰로스 생산하는 걸 우선 과제로 삼을 것 같은데... 한국에서 나는 볏짚은 상당수가 소사료로 이용된다.


소키우자고 귀한 셀룰로스 자원을 소비해야할까?


식물성 대체육 산업은 해외에서는 자원의 재활용과 이용률 확대를 중심으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고작 건강때문에.. 관심있는 정도라서.. 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 고기를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축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내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지금과 같은 관점으로 접근해본들.. 시장확대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좀더 넓고 크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단 한가지의 관계만 맺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상당히 여러종류의 관계를 다양하게 맺고 있다. 외국에선 이게 뜬다던데.. 그냥 쫓아가려고만 할게 아니다.


그 배경에 있는 다른 관계 지식들도 함께 봐줘야한다.


대체육 시장전망에 대해 얘기하라고 하면..


난 식물성조직단백으로 만드는 대체육은 롱런할 것이고. 배양육은 그냥 호기심으로 끝날거라고 말하겠다.


배양육은 그냥 고기를 다른 방식으로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서양에서 대체육 산업이 뜨는게 고작 고기대신 뭘 만들어보려는 이유때문에 뜬다고 보지 않는다. 맛 중심으로 생각하면, 오리지널 고기만한 게 없다. 그래서 최근까지 대체육 산업이 별로였던 것이다.


고기가 싸고 맛있는데 대체하긴 뭘 대체해?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어 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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