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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이면 중국산 대파쓸거에요.

한국 농업 개혁이 절실한 이유

페이스북에서 본 글. 

작성하신 분은 서울에서 나름 괜찮은 식당하는 분인데. 

국산보다 중국 대파가 더 품질이 낫다며 올린 들이다.


< 출처 : Facebook >



1. 한국의 누군가는 이 상황이 잘 이해가 안될 거다.

지금까지 주요 수요처였던 국내 식당에서 중국 대파가 가격 품질 모두 국산대비 위로 평가한다는 사실..

아마 품질때문에 가격이 비싸져도 중국산을 쓸 거 같다.


얼마전 농업 포럼에 갔었는데.. 

그 농산물을 구매해주는 소비자가 참여할 공간이 전혀 없더라.

와... 하면서 시간 버렸다. 앞으론 안간다. 라고 돌아나왔다.

농업전문지 기자들도 한마디 하던데. 죄다 생산자 관점 이야기들만 하더라. 농민단체에서 한다발 정기구독해줘서 그런건가?


몇년전부터 생산자 조직화 단체에 몸담고 있는데..

기본 방향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개혁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생업이 잘되는 것도 아닌데 잔다르크처럼 거기 뛰어들 이유는 없다.


농민등 생산자는.. 왜 소비자들이 자기네 농산물을 사는지.. 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

그렇다보니 품질 개선이니 뭔가 개선이니 한다고 하는데...

정작 소비자는 무관심한 분야에 정성을 쏟고 있다.


2. 그냥 사례를 하나 들면.

쌀이 남아도니 논을 개조해서 콩을 심자고 한다.


말그대로 논콩.


근데, 원래 밭에 심던 걸 논에 심으니 제대로 잘 될리가 있겠는가.

게다가 쌀농사에 평생을 바쳐 일하던 분들이 콩을 재배하려니.. 아무래도 쌀농사가 편하지.

그래서, 논콩 재배하라고 정부가 지원금을 줄땐 그렇게 하다가..

지원금을 끊으니 다시 쌀농사를 짓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왜 논콩은 시장을 형성하기 어려운가..


당연하다. 


원래 논엔 물이 가득차 있다. 토질도 그에 적합하게 형성되어 있다. 

밭은 필요할때 물을 주는 거지 논처럼 항상 물을 가둬놓고 있는 건 아니다. 토질도 당연히 다르다. 물빠짐이 원활한 토질로 구성되어 있음은 당연한 얘기다.

여기에 콩을 재배하라니.. 콩이 잘 되겠나.

토질개량해서 논을 밭으로 바꾸지 않는 한 안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거.


논에서 콩을 키울 순 있지만.. 그 콩은 품질이 떨어진다.

콩이 나온 거 맞지 않냐고 우길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기엔 품질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생산자 입장에선 논에서 콩이 자란다면. 어떻게 나오든 아무 문제 없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먹는 소비자 입장에선 품질이 떨어진다면 큰 문제다.


3. 농림부 예산쓰는 거보고..

분명 큰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쭉 생각해오고 있다.

5060년대 오로지 식량생산이 목표이던 시절 수립된 농정기조가.

쌀이 남아돌고 있고 농촌인구가 고령화된 현재까지 쭉 이어져오고 있다. 당연히 바뀌어야지.

근데 현재 농림부 예산 절반정도는 농민들에게 나눠줄 보조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산기반을 지지해야한다나 모라나.. 하는 이유로.


솔직히 식량안보론 얘기하는데. 나는 그게 별로 맘에 들진 않는다.

식량안보때문에 국산 농업을 더 보호해야한다는 얘기는 그냥 그들끼리 나눠먹던 사람끼리 또 그렇게 보조금 나눠먹자는 얘기로밖엔 안들리니깐.

해외 연수에 가서 유럽식 경관농업을 희망하면서도... 정작 왜 우리는 안될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별로 하지 않는 거 같다.

내가 처리하기엔 고차원적인 일이고 어려운 일이니까.. 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아니면 조금씩 개량 개선해서 바꿔볼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아니다. 나아지려면 근본부터 싹다 바꿔야하고, 농민들 표 신경쓰지 말고 선진형 농업으로 생산부터 유통구조를 싹 바꿔야한다. 소비자 지향적으로... 이게 젤 중요하다.


4. 내가 이런 얘기를 언젠가 만난 고위공무원에게 해드린 적이 있다.

내가 보기엔 충분히 고위직임에도..

"공무원이 힘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래. 아무리 고위직이라도 일개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순 있겠다.

대통령 공약사항에 추가되어 대통령이 밀어부친다면 모를까..

대통령도 함부로 할 수 없는게.. 그게 다 표랑 연결되어 있어서. 

지금의 보조금 정책을 섣불리 건드리기 힘들다.


누군 이런 얘기를 한다.

농촌인구가 줄어서 더이상 보조금 받을 사람이 없을 상황이 되면 바뀌지 않겠냐고..

참. 그러기도 쉽지 않을 거고..

그때가 언제 될거라고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나.

도시의 소비자가 한국 농업현실을 더 알아가면 좀더 빨리 바뀔 수 있을까?


에이. 그래서 혁명의 방법을 좀 바꿔보기로 했다.

정부가 못한다면 민간에서 시장의 흐름을 타고..

정부가 나선다면 당장 바꿀 수 있기도 하겠지만.

민간에서 알아서 한다면, 이건 어떻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본주의 국가에서 시장의 힘은 생각 외로 강력한 것이니까..

시장에서 바뀐다면 아마 20년 30년 지나면 정말 바뀔 수 있을 지도 모른다.


30년후. 내가 살아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시대에 벌어질 일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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