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국산 낙농가가 힘든 이유

국내 유가공산업을 집중 육성해야한다.

국산 우유로 치즈만드는게 왜 힘든지.. 유가공하는 사람 입장은 거의 얘기되지 않는다.

마트에서 살때 치즈나 버터나 똑같이 네모반듯하게 고형블럭 형태로 판매되니 제조방법이나 성분이 비슷한 줄 알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르다.

유가공엔 저지품종이 더 적합한 줄 알지만..

실제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마케팅에 너무 휘둘린다.)


유가공산업에 대해서, 유가공제품생산에 대해 부산물을 포함한 전체 밸런스를 맞춰 가장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구조로 생산해야 비로소 유가공산업/제품의 경쟁력이 생긴다.

국내에선 흔히 시유로 불리는 whole milk 형태로의 소비량이 가장 많다.

저부가가치 제품으로 많이 팔리니 사업성이 날 턱이 없다.

한편 해외에서는 우유 생산량중 상당량을 skim milk라고 불리는 탈지우유로 가공하여 치즈, 버터 등의 고부가가공품을 생산한다. 치즈, 버터가 비싸게 팔리기에 탈지우유는 가공을 안한 전지우유보다 훨씬 싸게 팔린다. 소비자들도 맛은 없지만, 가격이 싸기에 탈지우유를 생각보다 많이 먹는다.

한편, 한국에선 외국에서 싸게 팔리는 탈지우유를 저지방다이어트 우유라고 더 비싸게 받아먹는다. 함께 생산되는 생크림은 크게 비싸지 않게 판매하긴 하는데.. 저지방 다이어트라고 해도 맛이 없는 탈지우유기에 사람들이 특별한 목적 아니면 잘 안사먹는다. 그래서, 전지우유를 탈지우유+생크림으로 가공하기보다는 그냥 전지우유로 판매한다.

만약 외국처럼 생산되는 우유량의 상당수를 탈지우유와 생크림으로 가공하여 판매하면, 시유값도 떨어질 확률이 제법 높다.

재작년에 우리나라 유명한 유가공회사 공장을 방문하여 공장시설을 견학한 적이 었었다. 미국에서 수입한 최신 유가공 라인이라고 자랑하셨는데... 미국엔 그런 시설을 갖춘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방문한 공장에서는 미국에서 수입한 건 좋은데, 설비비가 비싸니 일반 시유에 적용하진 못하고 비싸게 팔수 있는 유기농 제품에나 적용한다고 한다. 유가공품 생산을 위해 개발된 생산시설인데.. 고작 유기농 시유 생산을 위해 쓰다니... 이건 뭐가 안 맞아도 한참 안맞는다 싶었다. 

미국에선 그 회사에 설치된 것과 동일한 설비로 생크림, 버터, 치즈 등을 만드는 가공을 한다.

우리나라 대표 유업회사가 이런 정도니,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유가공설비나 기술고도화는 완전 딴나라 얘기다. 작년에 좀 필요한게 있어 세계 최대 유가공설비회사의 한국지사에 자료요청을 했더니, 제공불가라는 회신을 받았다. 이유가 웃긴다. 

"니네 어차피 안쓸거잖아. 수십년간 국내에 판매한 실적이 없으니.. 우리가 당신네들한테 자료를 제공해 봤자 우리한테는 이득될 게 없다."

가장 기본중에 기본인 생크림분리장치를 물어봤는데 이렇다.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 뉴질랜드 유가공 제품에 비해 떨어지는 건 가공산업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목장에서 소키우는 거랑 집에서 가내수공업으로 치즈버터 만드는 거랑, 공장에서 유가공품 생산하는 거랑 완전히 다르다.

해외에서도 유가공품이 지금 같은 경쟁력을 갖기 시작한 건 아마 부산물로 버려지던 유청을 식품소재화하여 더 비싸게 팔아먹기 시작하면서부터였을 거다. 요즘은 싸구려로 버려지던 유당까지 가격이 폭등하여 해외 유가공회사는 여러가지로 돈을 벌어들인다.

외국에선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과 사업 포트폴리오 짜는 것까지 염두해두는 반면에 한국은 제품에 대한 생각이 시유활용이나 우유소비촉진 정도에 머물러 있으니 그게 문제.


그리고, 항생제, 성장호르몬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의 시작은 미국이다. 미국에선 축산농가에서 종종 항생제나 성장호르몬을 써서 소를 키우는 경우가 있다. 그걸 문제삼는 얘기가 돌고돌아 한국에 무분별하게 살포되고 있다. 한국에선 미국보다는 축산환경이 좋아 굳이 항생제나 성장호르몬까지 써서 키울 필요도 없고, 만약 그런게 검출되면 우유회사들이 그 목장과 거래를 끊어버리기때문에 목장주는 그런 걸 쓸 생각하지 않는다.


우유 얘기 돌아가는 거 보니.. 쌀하고 비슷하다.

국산 쌀은 수확량이 적어 비싸니 생산량 많고 품질 좋은 신규 품종을 도입해야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200여가지가 넘는 신규 품종이 도입되었는데 그중 시중에 정착된 건 얼마 안된다. 그럼에도 신규 품종개발해야한다는 소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품종의 문제가 아니다. 사업성, 사업전략의 문제인 거지.


https://www.facebook.com/hanwooabi/posts/1052908901413071?pnref=story

작가의 이전글 아티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