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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와 국산 농산물이 가야할 바른 길

정작 필요한 국산농산물 연구는 뒷전..

내가 쌀가공식품을 하는 이유는...

쌀소비촉진이라는 사회적 필요성도 있지만.

쌀중심으로 식단을 바꿔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기도 하다.


쌀은 어느 곡물보다도 건강하고 맛있는 곡물이다.

듣도보도못한 안데스에서 자랐다는 퀴노아. 고대 이집트에서 먹었다는 호라산밀. 이런 거 다 마케팅때문인거지. 실제 영양가를 비교해보면 쌀이 한결 낫다.


소비자들이 찾기때문에 그런 상품을 찾아 계속 공급하긴 하는 거지만..

홈쇼핑에서 생소한 외국곡물 이름 대가면서 판매하는 거 보면..

"저거보다 쌀이 건강에 더 도움되는데.."라는 생각을 매번 한다.


그렇다고 쌀마케팅하기에는 그동안 쌓아놓은 자료들이 별로 없다.

솔직히 말해. 농진청에서 쌀품종개발한다고 쓰는 예산을 좀 돌려서..

쌀이 건강한 이유를 입증해줄 수 있는 연구를 좀 했으면 좋겠다.


일본에서 1993년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쌀단백질을 2달간 쥐에게 먹였더니 체중감소효과와 함께 중성지방대사가 개선되었다는 결과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ARS Research center에서는 쌀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면서 계속 연구결과를 발표하는데..

현미를 먹으면 체중감량, 고혈압억제, 혈당상승억제, 중성지방 감소 및 동맥경화 억제, 심혈관계 질환 감소 등의 내용이 계속 논문으로 발표된다.


그에 비해 한국 농진청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거의 없다.

옛날에 하긴 했었지만, 최근에는 가루미같은 거 개발한다고 쌀의 건강기능성 효과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행하지 않는 듯 하다.

요즘 정책기조가 바뀌어서 민간에서 수요가 있는 것만 연구를 하겠다는 쪽으로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국가기관의 연구내용이 왜 이렇게 상업적인 것에만 포커스가 맞춰져가는지 안타깝다.

정작 국산 농산물관련하여 기초데이터, 공공데이터로 쓸수 있는 것들이 하나도 없는데..


작년엔 남해군에서 시금치에 대한 기능성효과를 연구해서 논문으로 발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연구용역을 해주었다.

하다가 놀라왔던 건.. 시금치 산지가 대략 남해, 포항 등 국내에 몇군데가 있는데, 이에 대한 기초 영양성분 분석데이터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금치에 많아서 좋다는 비타민A에 카로티노이드랑 zeaxanthin까지 분석해서 논문을 냈다.


우리에게 용역을 의뢰한 담당자는 발표하면서.. "이게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시금치에 대해 연구한 결과입니다."라면서 자랑을 하더라.

사실 지자체 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통틀어서도 그런 데이터가 잘 없다.


2015년 미강 비검화물에서 체중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효과가 발견되었다며, 대대적으로 뉴스가 나왔던 적이 있었다.

특허까지 나왔다길래 나도 기술이전을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기술실용화하려고 특허를 까보니.. 식품으로는 쓸수 없는 추출물이라서 당시로서는 무용지물이란 걸 알게 되고.. 기대를 접었다.

근데, 내가 바보같았던게 이거 실용화하려면 식품으로 활용가능한 추출용매를 써달라고 제안해서 같이 연구해도 되는 걸 그땐 그냥 안되나보다라고 포기.


그리고선 내 나름대로 자체연구를 진행해서..

그 특허의 취지를 살려 내 스스로의 연구방법으로 식품용 추출물을 만들었고, 올해 드디어 동물실험에서도 체중감량이 유의하게 검증되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결과만 놓았을뿐 지표성분을 명시하지 않았기때문에 가능성 있는 지표성분을 스크리닝하고 검증하느라 시간이 쫌 오래 걸렸다.


민간의 수요를 받아들여 연구하자. 라는 연구방향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근데, 이걸로 가시화된 성과를 내려고.. 꼭 대기업이나 매출이 어느정도 되는 중소기업들과만 하려고 풀을 좁혀놓은 게 문제인 거다.


지리적 표시제를 하는 수많은 국내 농산물들...

첨엔 좀 괜찮은 것들이 표시제에 참여했는데.

나중에는 타 지역 농산물과 구분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거의 복붙해서 갖다 붙인 지리적 표시인증 기준들이 많이 있다.

기껏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이 농산물이 다른 지역 것보다 차별화된 장점이 있다. 라고 인증받아놓고..

그 주장의 과학적 기반이 되는 실증데이터들에 대한 언급은 마케팅 자료에서 찾아볼 수가 없으니.. 이게 문제 있는 거 아닌가?


농진청과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을 만들기 위해 10년넘게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정도 기반이 갖춰진 지금은..

로컬푸드의 기반이 되는 지역 농산물 고유 데이터를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사업을 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그거 한다고 당장 매출이 확 뛰고 그런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게 3~5년 지속되다보면 소비자들이 알게되고, 그래서 소비자들이 알아서 국산 농산물을 골라먹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의 로컬푸드는.

기존에 연구했던 충분한 데이터 없이 당장의 성과를 내려고 하다보니..

수입식품에 대한 과다한 공포조장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에 대한 과도한 불신까지 조장해서 반사적으로 로컬푸드의 이익을 챙기려고 한다.

로컬푸드, 생협.. 이런데가 다 그런 분위기인 거 같다.


근데, 먹거리를 무작정 위험한 것인듯 매도하고, 더구나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쪽으로 과도하게 신념이 생겨버리면..

오히려 음식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조장하게 끔 해버리는 결과를 낳아버리게 된다.

그리고 과학기술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가득차서.. 분명 정상적이고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임에도 거부해버리는 사태가 날 수 있다.


농업과 농산물, 식품에 대한 불신은 과학자가 먼저 나서서 해결해줘야한다.

처음에는 오해와 의심에 가득찬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상처를 받을 수 있으나, 진실은 가장 큰 설득력있는 이야기인 만큼.

신념을 가지고 꾸준하게 농산물과 식품,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진실되게 소통하다보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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