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류섭취를 줄이는 업그레이드 전략
“슈가보이” 백종원씨 때문에 설탕 사용이 최근 인기다. 백종원씨 덕분에 제당회사들 매출도 덩달아 늘어났다고 하고, 설탕을 사용하면 왠지 죄책감을 느꼈던 가정주부들도 마음대로 설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설탕이 재조명받아도 적당량 이상 섭취하게 되면 당뇨와 비만, 그리고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과량의 당류 섭취를 자제할 필요성이 있다.
설탕을 줄이고 다른 성분으로 대체하는 방법은 당알콜이나 올리고당같은 대체 감미소재를 사용하거나, 설탕 감미도의 수십~수백배에 이르는 고감미소재를 사용하는 방법들이 제시되어 왔다. 특히, 국내에서는 2014년에 정식 공포된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의해 식품회사에서 당류를 줄이려고 하는 경향이 점점 가속화되었을 뿐더러 최근 FDA에서도 가공식품에 당류 첨가량 표시를 강화하고, 당류로부터 유래한 열량을 총 식품 열량의 10%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음에 발맞춰 식약처에서도 당류 섭취를 저감화하려는 정책실행을 계획하고 있어 설탕을 포함한 당류 저감 트렌드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설탕의 단맛은 대체불가능?
당류를 저감하고자 할때 현실적으로 가장 크게 부딪히는 부분은 맛품질이다. 앞서 말했듯 당알콜류, 올리고당, 고감미료 등 다양한 당류대체소재가 개발되었지만, 이런 원료들로 대체된 식품들의 단맛이 기존 설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기에 지금까지는 당류 대체가 힘든 편이다. 설탕의 단맛은 섭취후 입안에 머무르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편이며, 감미도 또한 온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또다른 당류인 과당 역시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온도에 따른 감미도 변화는 설탕보다 더 심해서 설탕의 최소 80% 수준에서 최대 150%까지 이를 정도로 환경변화에 민감하다. 이러한 당류의 맛특성 때문에 이들을 대체하면 맛품질이 달라질 수 밖엔 없고, 이것이 소비자들의 비선호요인이 되어 저당류 제품 시장 성장의 장애요인이 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이런 애로사항을 극복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여 줄 수 있는 방법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설탕사용은 그대로, 흡수만 줄이는 방법
설탕을 다른 원료로 대체하는 것은 꽤 어려운 과제이므로, 섭취한 설탕의 소화흡수를 방해함으로써 설탕 섭취량을 줄이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설탕은 이자 및 십이지장에서 분비되는 설탕소화효소인 수크라아제(Sucrase) 또는 α-글루코시다제(Glucosidase)에 의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 후, 소장을 통해 혈액으로 흡수되어 영양분으로 이용된다. 만약 설탕소화효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설탕은 분해되지 않은 채 체외배설되는데 Pompe 병은 미국에서 4만명중 1명정도 발생할 확률을 가지는 질병으로서, 선천적으로 α-글루코시다제를 만드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어 발생하는 설탕섭취장애 질환이다. 이러한 사실에 착안하여 설탕소화효소를 억제하는 성분을 설탕에 첨가한다면, 입에서는 단맛을 그대로 느끼지만 설탕의 소화를 방해하여 혈당 상승이 억제가 되고, 분해되지 못한 설탕은 체외배설되어 설탕을 덜 먹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여 글루코바이, 베이슨, 세이블 같은 혈당상승억제용 의약품이 이미 개발되어 널리 사용중에 있다. 이중 글루코바이는 포도당 4분자가 결합한 당류인 아카보스(Acarbose)가 주성분으로서, 평범한 보통 당류가 혈당상승억제용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흥미로운 사례이다.
한편, 이와 비슷하게 아라비노스(Arabinose)와 자일로스(Xylose)는 단당중 탄소가 5개로 구성된 5탄당으로서 식물의 섬유질에 다량 포함되어 있다. 이들 당류를 설탕과 함께 먹으면 설탕분해효소에 결합하게 되는데, 이때 아라비노스 또는 자일로스가 설탕분해효소와 떨어지지 않음으로써 효소활성을 억제하고 설탕의 분해를 방해하게 된다. 아라비노스는 설탕에 약 3% 정도 첨가되었을 경우 혈당상승을 50% 정도 억제한다고 하며, 자일로스는 설탕의 약 10%가량 첨가되었을 때 유사한 효능을 볼 수 있다. 설탕에 아라비노스 또는 자일로스를 섞어 섭취할 경우 설탕이 잘 흡수되지 않아 혈당 상승의 폭이 그다지 크지 않음과 동시에 이들 혼합물엔 설탕이 대부분이라 설탕과 거의 같은 단맛을 갖게 되는 장점을 가진다.
천연 고감미료 사용기술의 업그레이드
2011년 영국의 감미료 업체 Tate & Lyle 에서는 새로운 천연감미료인 “Purefruit"의 개발출시를 발표했다. “Purefruit"는 "Monk Fruit", 중국에서 재배되는 나한과 추출물로 만들었으며, 기존에 설탕과 가장 유사한 천연감미료라고 알려졌던 스테비아보다도 더 설탕과 유사한 맛을 지니고 있다고 소개되었다. ”Purefruit“는 설탕보다 약 150~200배의 감미도를 가지며, 제조사의 고유한 응용기술과 풍미조절기술이 잘 디자인되어 설탕과 거의 유사한 단맛과 사용범위를 갖는다고 한다. 이전에도 나한과는 일본, 중국, 한국 시장등에 소개된바 있었으나, 고유의 풍미와 뒷맛 때문에 사용범위가 그다지 넓지 못했었다. 그러나, 설탕의 약 400배에 해당했던 나한과의 감미도를 조정하여 150~200배로 낮추고 풍미를 표준화함으로써 설탕과 유사한 맛이 나도록 했다.
이전에 천연감미료의 선두주자였던 스테비올배당체(Steviol Glycoside)역시 한때의 흑역사를 극복하고 2007년 FDA로부터 안전성을 재확인 받은 후 천연감미료와 스테비아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었던 적이 있었다. FDA 재승인을 주도한 Cargill사는 설탕과 가장 유사한 감미도를 가지고 있다는 스테비올배당체의 핵심성분 Rebaudioside A를 중심으로하여 에리스리톨, 그리고 천연향을 포함한 설탕대용감미료 “Truvia"를 개발함으로써 기존보다 더 설탕에 가까운 천연 고감미료를 내놓았고, 코카콜라와의 제휴를 통해 관련 응용제품의 시장 또한 동시에 확장시킨바 있다.
이들 두가지 사례로 볼 때 Global 식품회사들은 사카린, 아스파탐과 수크랄로스 같은 합성감미료 보다는 천연감미료 중심으로 신규 고감미료 시장을 키워나가려 하고 있으며, 특히 단순히 고감미소재만 제공했던 과거와는 달리, 자신들의 신제품을 사용하여 직접적으로 설탕을 대체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판매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과거 천연고감미료는 설탕 등의 당류에 비해 맛풍미가 떨어지고 이미, 이취 때문에 많은 사용이 힘들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관능 및 가공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 자신들의 고유한 방식으로 디자인된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은 설탕대체재를 개발하는 하나의 전략으로서 참고할만하다.
식품에서 어떤 성분을 빼내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설탕의 경우 맛속성도 달라지지만, 무엇보다도 원가상승이 식품업체가 대체를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원인중 하나이다. 그러나, 최근의 해외 감미신제품 동향을 보면 기존 소재의 좀더 기초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디자인된 원료와 원료소싱능력을 바탕으로 하여 맛과 감미품질, 가격을 동시에 잡은 좋은 해결책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들 기술을 활용한 당 저감 제품들이 시장에 점점 등장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