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조언
숙제
기억의 점철이 곧 인생임을 배울 것
되도록 넓은 세상을 향해 여행할 것
다만 수상한 곳은 멀찍이 돌아갈 것
언제 어디서든 항상 최선을 다할 것
어떤 결과에도 절대 후회하지 말 것
끝내 노력한 만큼 확실히 얻어낼 것
세상 속 흑백을 판단하려 노력할 것
그 어딘가 회색이 있음을 인정할 것
네게 어울리는 너만의 색을 찾을 것
사소한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되,
클수록 더 좋은 것들이 있음을 알고
그것들을 구태여 마다하진 않을 것
거짓말은 모두에게 이로울 때 할 것
삶의 모든 순간 거짓 없이 행동하되,
무엇보다 너의 감정 앞에 솔직할 것
먹기에 쓴맛이 꼭 좋은 것도 아니듯,
듣기에 달콤한 말은 한 번 의심할 것
간혹, 고독의 씁쓸함은 한껏 즐길 것
삶이 주는 모든 것을 선물로 여기되,
지금 가까운 인연을 더 소중히 할 것
그중에서도 너 자신을 가장 아낄 것
세 살배기 투정에도 항상 경청하되,
철학자들의 허세에는 귀 닫고 살 것
자존심은 지켜야 할 때 끝내 지킬 것
잘하는 일을 찾아 그것을 좋아할 것
좋은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할 것
사랑만큼은 진정 좋은 사람과 할 것
사랑 없이는 행복도 없음을 믿을 것
실연의 상처를 있는 힘껏 환영할 것
그리고 몇 소절 노랫말에 묻어둘 것
시는 감히 읽지도, 또 쓰지도 말 것
그러나 시인을 마주칠 때를 대비해
그럴듯한 한 구절 쯤 찾아, 새길 것
여름, 낯선 동네를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고, 그날은 마지막 수업을 마쳤던 새벽이었습니다. 나에겐 도저히 가당찮은 호칭으로, 쌤, 선생님,하며 나를 불렀던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어른이었나 떠올렸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준 것보다 받은 것들이 많았기에 어떻게 감사를 표할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움이 많았기에, 숙제를 구실로 아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구색을 맞추려 한참을 써놓고 보니,
어느 훌륭한 시인들의 목소리를 조금씩 빌렸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침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나조차 올곧게 풀어내 본 적 없는 숙제였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흘려보낸 시간들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에.
그래도, 나름대로, 아이들이 지금의 무언가를 잃지 않고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얼추 담아낸 듯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으며, 열렬히 행복을 좇는 삶을 살아가길, 당신께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