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

만약 우리가

by 앤드류

보여주고 싶지만 보여주기 싫은 마음

자랑하고 싶지만 숨겨두고 싶은 마음

알려주고 싶지만 나만 알고 싶은 마음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갈 수 없는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붙잡고 싶은 마음


사랑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



보여주고 싶지만 보여주기 싫은 마음이 있다.

그건 너무도 적나라하기 때문에 선뜻 내보일 수 없는 것이다.

그건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솔직하기를 바라면서도

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하는 것이다.

만약- 신을 믿는 사람이라면

신을 만나고 싶지만 죽기는 싫은 마음과 같다.

그래서 언젠가 딱 한번 보여줘야만 한다면,

그날은 되도록 오랜 훗날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랑하고 싶지만 숨겨두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건 나만 알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한 것이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을 알게 되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그들도 사랑에 빠지게 될까 걱정하는 것이다.

만약- 알려지지 않은 꽃의 비밀을 발견한 모함가라면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싶지만 나만 보고 싶은 마음과 같다.

그래서 언젠가 딱 한번 자랑할 수 있다면,

그날은 그 사람이 영영 내 것이 된 후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알려주고 싶지만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것이다.

그건 그 사람도 알아주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미움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만약- 노래를 짓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라면

쓰여진 슬픔에 결코 음정을 입히지 못하는 마음과 같다.

그래서 언젠가 딱 한번 들려줄 수 있다면,

그날은 그 사람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게 된 후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가지 않는 마음이 있다.

그건 욕심부리지 않겠다는 다짐에 대한 것이다.

그건 그 사람이 다가와 곁에 앉아주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돌아서는 발길을 붙잡지 않으려는 것이다.

만약- 나비를 사랑하는 사진가라면

우연히 손끝에 앉은 나비의 날개를 붙잡지 않는 마음과 같다.

그래서 언젠가 딱 한번 다가갈 수 있다면,

그날은 마음껏 욕심을 부릴 수 있게 된 후이길 바라는 마음.

언젠가 딱 한번 붙잡을 수 있다면,

당신이 영영 내 곁을 떠날 것 같을 때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표현을 두고서 한참 생각한 하루였습니다.

뜬, 구름. 뜬구름...

떠올려 보고선 조금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누가 어떤 말을 해야 내 입에서 뜬구름 잡지 말라는 말이 나오게 될까요. 어지간히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면 힘들 텐데, 하며 입술을 오므렸습니다.

아무렴, 나는 그런 얘기를 좋아해서 아무래도 그럴 일은 없을 듯합니다.


문득, 만약에...라는 말로 시작하는 말버릇이 떠올랐습니다. 실없는 농담이지만, 잠시나마 즐거운 상상을 해볼 수 있는 어두가 아닌지요!


만약 죽기 전까지 딱 하나의 음식만 먹어야 된다면?

만약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만약 우리가 영원히 살 수 있다면?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만약 아직 긁지 않은 복권과 500원짜리 동전,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면?

만약 원하는 누구라도 딱 한 번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면?

만약 연예인들 중 딱 한 사람의 외모와 똑같아질 수 있다면?

만약 딱 한 사람의 속마음을 평생 읽을 수 있게 해 준다면?

만약 네게 날개가 생긴다면?

만약 귀신이 눈에 보이게 된다면?

만약 아가미가 생겨서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면?

만약 세상 그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는 색깔을 너만 볼 수 있게 된다면?

만약 개구리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만약 유전자 조작으로 반인반수가 될 수 있다면?

만약 지구상 모든 나무들의 법적 보호자가 된다면?

만약...

...

만약 우리가 말이야!



*



하나하나 좋은 글감이 될 텐데, 역시 뜬구름만 잡기에는 시간이 아쉽습니다.

만약! 딱 하나만 고른다면, 만약 우리가,로 시작하는 질문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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