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인사에 이어...

by 앤드류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만큼은, 몇 번 연습을 해봤기 때문에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당신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솔직하게 표현하기엔 영 부끄럽기 때문에, 입술로부터 나오는 소리만으로 제 민낯을 드러내는 일은 너무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푸념 같은 말들을 눈에 보이는 글자로 옮겨 적습니다.


살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을 못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말하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나머지 스스로를 달변가라 여기는 이들을 보면 부러움과 더불어 동경심이 차올라 가만히 고개만 끄덕일 때가 많습니다. 나는 줄곧 불편한 내색을 잘 숨길 줄 아는 사람이었고, 하고 싶은 말과 지켜야 하는 침묵 사이의 공간을 잘 읽을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한 줌의 응어리도 남기지 않고, 뭔가에 빗대어 표현하지 않고, 혼자 적당히 침묵하는 일이 좋았습니다. 이러나저러나 표현할 수 없는, 솔직히 표현하기엔 불편한 말들을 숨기는 일은 차라리 애정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어찌 보면 비겁하네요. 누군가 보기엔 겉과 속이 다르다거나 이중인격자로 비춰질 수도 있겠습니다. 이 페이지에 남겨진 기록도 훗날 슬쩍 들여다보며 지금의 마음을 돌아볼 텐데, 그땐 도무지 무슨 마음이었는지 알 수 없었으면 합니다. 나는 내게도 부끄럼 많은 사람이니까요.


시인은 자신의 내면에 대해 시인해야 한다는 말을 종종 생각합니다. 불손한 내면을 들여다보고 인정하고 드러내라고 명령하는, 시인이 아닌 내게 시인인 척하지 말라 핀잔하는 훈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작가도 시인도 아닙니다. 주절거리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버릇이 돼버린, 그걸 고치지 못해 차라리 다듬어 보려 애쓰는, 거의 자백에 가까운 글을 쓰는 낯짝 엷은 죄인에 가깝습니다.


표현하고 보니, 종종 죄스런 마음을 고백하는 글을 쓰는구나 생각합니다. 일종의 자백. 일종의 사과. 일종의 반성과 자기변호. 그런 진술서들이 벌써 수백 장이 되어 쌓였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있는 그대로 시인하지 못해 비겁한 진술들이 마구 뒤엉겨 있음을 우선 자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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