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
살다 보면 여러 의문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당신처럼 이제 막 둥지 밖 세상을 향해 날개를 파닥거리기 시작할 무렵에는 무엇 하나 확실한 것들이 없습니다.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지? 뭘 공부해야 성공하지? 하는 그런 공공연한 것들부터,
살아간다는 게 뭐지? 무엇을 위해, 어느 곳을 향해 살아가야 하지? 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오늘 당신이 물었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게 뭐예요?
쉽게 답할 수 없다는 핑계로 대답을 미뤘지만, 그 장소가 우리에게 주어진 길고 긴 술자리였더라도, 당신은 속이 시원해지는 명쾌함을 얻을 수 없었을 겁니다. 당신 보다 거의 두 배는 가까이 살아왔음에도, 당신의 지금과 같은 내 청춘의 초입으로부터 지금까지, 그 긴 고민은 지금도 현재진행형 의문문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정말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일에 어떤 의미가 숨어있는 걸까요. 단 한 번도 신앙심이나 세간의 종교에 취해본 적이 없어 더욱 고역스러운 의문입니다. 하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진짜 내 삶을 위한 것들이 무엇이고, 그것들을 얻기 위해 다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저 자문하기를 반복할 뿐입니다.
다만, 나만 알고 있는 내 삶을 돌아보면서 당신께 답이 될 만한 답변변명들이 떠오릅니다.
1, 타협
나는 강렬하고 진지한, 높고 반듯한 삶의 목표를 뒀던 적이 없습니다. 가령, "세계적인 기획자가 되어 부자가 되겠어," 라는 원대한 꿈에 대해서 줄곧, "그건 욕심이야. 욕심은 삶을 괴롭게 하지," 라며 그날의 오늘들과 적당히 타협하곤 했습니다. 당장 뒷덜미쯤에서 왼편으로 스치며 흘러가는 시간에게 "오늘은 이만 쉴게," 하며 적당히 보내버리는 일.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건, 흘려보내는 대로 산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덧붙이자면, 나는 흘려보낸 것들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그것들을 그저 흘려보내는 사람이기에.
2. 순응과 적응
거의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가는 연어는, 산란기를 앞에 두고 암수컷 모두 자신이 태어난 담수천潭水泉을 향해 물길을 거슬러 오릅니다. 바닷물과 민물에 모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수어汽水魚이지만, 모든 연어들은 일평생의 목표를 위해 민물길로 오르는 죽음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흐르는 대로 산다는 건, 때론 연어들처럼 숭고한 희생을 감내하는 일이기도, 본능과 본심 앞에 항복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타고난 분수대로 재주껏, 순리대로 살아야 되는 거야." 연이 끊어진 어떤 이들이 이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생각하기에 따라, 당신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삶의 흐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흐르는 대로 산다는 건, 젊음에게 있어 용납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시절과 인연을 돌아볼 때면, 유난히 깊은 여운으로 남은 몇몇 장면들에 행복과 슬픔, 그리움과 번민을 느끼곤 합니다. 당신도 아마 어렴풋 알 테죠. 희미한 세월의 분기점-시절-들과, 만나고 헤어진 인연들이 당신에게도 분명 있을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여러 구언들 중, 지금 떠오르는 이 말로 당신만의 정답을 찾는 힌트가 되길 바랍니다. "내가 앓는 의문의 해답을 타인의 삶으로부터 얻지 않으리."
당장 내일이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떠오르는 대로 거칠게 써 내려간 이 초고草稿에는 어떤 가식도 없으므로. 하루이틀 사이 번지르르한 구절들이 떠오르지 않도록, 이렇게 미리 연습해 둔 그대로 당신에게 답할 수 있길 바랍니다.
2025. 8월
감사의 마음을 담아
And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