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도훈 Oct 31. 2022

시작

100문107답 사고뭉치수다고양이 이브와 새침애교데기고양이 구름이, 그리고 ENTJ 완벽주의자 부부.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놈들과의 이야기.




아내가 길에서 구조한 아기 고양이 두 마리.

크리스마스이브 직전에 부산 금정산에서 구조되었던 ‘이브’

부산 남구청 맨홀에 빠졌다 구조된 ‘구름’

아내를 만나고 갑작스레 집사가 되어버린 ‘나’

그리고 나를 만나고 더 이상 놈들의 똥을 치우지 않는 ‘아내’


그게 놈들과의, 아니 우리의 시작이었다.


먼저 첫째인 이브.

이놈이 웃긴 건 말이 아주아주 많은 100문107답 고양이라는 점이다. 묻지도 않은 대답을 하루 종일 해댄다. 그리고 무엇보다 황당한 점은 선제적으로 대답을 하며 다가온다. “야아아아옹!!”하고.

실제적으로 우리 집에서 일어나는 거의 대부분 사건의 주범이다.


그리고 둘째인 구름.

구름이는 미묘다. 말 그대로 누가 보아도 예쁜 고양이.

그런 구름이에겐 묘한 매력이 존재한다.

겁이 많은 구름이는 곁을 잘 내어주지 않지만 힘들게 마음을 열고 나서는 근거리에 머물러 준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굳이 뒤로 돌아앉아 뒤통수만을 보여준다.

미묘이기에 요염해 보이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손 뻗으면 닿이는 그 검은 뒤통수가 조금 웃기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근데 알고 보니 그건 사실이었다.

한여름에 일광욕을 하는 점박이 고양이의 시커먼 뒤통수가 햇빛을 모두 흡수했고, 뒤통수만 너무 뜨거워져서 혹시 멍청해지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에 강제 일광욕 종료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그때 구름이의 뒤통수에서 다리미 냄새가 난다고 한다]


이렇듯 이 집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의 배후인 면식냥들.

이 집에는 설명하기 힘든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우리는 말한다.

“이 집에 무엇도 확실한 건 없어…”


[추가하자면 내가 생각하기에 이 집에서, 아내는 어미 고양이 나는 따까리 정도의 위치인 듯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