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들의 등대 Jun 03. 2019

01.누가 기생충인가

영화 '기생충' 후기를 남기다. (스포 O)


우리나라 봉준호 감독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제72회 칸 국제 영화제 폐막식에서 올해의 최고의 영화에게 수여되는 황금 종려상(Palme d'Or)을 받았다. 밤에 유투브를 보다 우연히 감격스러운 수상 장면을 보고 그의 영화 '기생충'에 관심이 갔다. 한국인 최초라 하고 심사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니 없던 애국심이 생기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의 감격스러운 수상 소감을 다음으로 나는 '기생충' 예고편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즐겨보 영화해석 유투버들의 동영상도 보았다. 전원 백수인 기택의 가족과 IT기업 CEO인 박사장네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만 공개되었던 영화 줄거리, 감독이 영화 내용 스포를 막기위해 기자들에게 편지를 쓴 만큼 한국 개봉 전까지는 자세한 줄거리는 알 수 없었다.


영화 예고편을 전부 찾아본 뒤 내가 쉬는 날인 31일 오전으로 표를 예매했다. 그 전날까지도 너무 궁금해서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내가 궁금한 건 한국사회에 던지는 감독의 메세지였다. 그라면 어떤 메세지를 어떻게 던졌을까. 감독이 예고편에서 말했듯 영화를 보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 수 있는 영화이길 바랬다.


※개인적으로 이 글을 영화 관람 전에 읽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고 각자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들과 생각들을 온전히 느끼신 뒤에 저의 글을 재미로 읽어주신다면 제게 큰 기쁨일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았다. 전반부는 예고편의 내용과 비슷한 흐름대로 진행되었다. 어느 순간 하이라이트를 향해 가고 있었고 그 부분에서 감독이 바라던 대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자세한  줄거리는 이랬다. (이 부분은 영화 상영이 끝난 뒤 다시 수정하겠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이상한 기분인 든 장면은 문서를 위조해 과외를 하게 된 기우은 기정을 미술선생님으로, 기정은 운전기사로 아버지 기택을, 기택은  도우미로 아내 충숙을 거짓으로 소개하면서 박사장네 취업을 하는 장면이다. 그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가족을 취직시키기 위해 기존에 고용된 사람들에게 루머를 만들어 해고 시킨다. 전원백수인 그들에게 취직이 목숨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타인의 직업을 빼앗고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그들의 모습은 내게 위화감이 들게 하였다. 처음 기택의 가족은 대만 카스테라를 운영하다 망해 대리도 뛰고 피자집 박스도 접어 생계를 이어나가는 가족으로 등장했지, 부자집에 들어가 사기치는 사기꾼들이 아니었다. 우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것 치곤 거짓말이 자연스럽고 죄책감이 없는 그들의 모습에서 도대체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까지 만들었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전 도우미와 그의 남편의 모습이다. 비오는 날 비를 쪽딱 맞은 생쥐꼴을 하고 나타난 전 도우미와 지하벙커에서 몇일 굶어 아내가 가져온 젖병속 분유(?)와 바나나를 먹는 그녀의 남편의 모습은 그 모습이 비현실적이면서 제목인 기생충과 오버랩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이 기생충인가.


왜인지 나는 그들이 기생충인 것 같지 않다. 아니 기생충이라 하고 싶지 않다. 영화가 아닌 현실을 생각해보면 사채를 써서 도망다니는 사람들의 가정파탄 난 이야기는 주변에는 없어도 대한민국에 살면서 한번 쯤은 들어 본 이야기일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기택과 같이 대만 카스테라 집을 운영하다 사채를 썼다. 기택의 입장에서 그들의 기괴한 선택이 이해되진 않아도 그들과 자신이 특별이 다를 것이 없음을 느꼈을 것이다. 굳이 기택이 아니더라도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럼 감독은 왜 제목을 '기생충'이라 지었을까. 가제는 왜 '데칼코마니'였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기생충은 없다.'이다. 그럼 왜 기생충이 제목인가. 난 감독의 관점(관객의 시선)이 평범하지만 가난한 그리고 힘없는 기택의 가족과 도우미 부부를 기생충으로 만든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 관점은 말하지 않았지만 박사장의 시선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그는 앞에서는 친절하고 젠틀하지만 끊임없이 기택에게 선을 넘지 않도록 '선'에 대해 언급한다. 특히 기택이 박사장에게 아내를 사랑하냐는 질문과 아들의 생일에도 수고한다는 말과 같은 평범한 말들에 그는 분위기가 변하며 기택이 감히 그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에 대해 어이없어하고 기택에게 주의를 준다. 그가 자신의 가족에 대해 말하는게 부끄럽고 소심해서 일까. 아니다. 그는 기택과도 같이 평범한 가족의 가장인 자신의 모습을 기택이 안다는 듯이 말할 때, 그와 자신을 같은 수준의 가장이라 생각하는 말을 할 때, 그때 자존심 상해하고 화를 낸다. 즉, 자신은 기택과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들을 위해 서프라이즈를 할때도, 아내가 집안일을 못해도 사랑하는 것도 너무나도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지만 말이다.

이는 가제가 데칼코마니인 이유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부유한 가족과 가난한 가족은 모두 각 가족끼리는 너무나도 단란하며 평범한 가족이지만 가운데에는 종이를 접은 선처럼 넘을 수 없는 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박사장이 기택과 도우미에게 그은 선과 같은 것이 말이다.

결국 그 '선' 때문에 기택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자신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그의 모습에, 그런 사회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 기택의 모습에 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영화는 잘 만들었다. 만족했지만 아쉬운 부분은 분명 있었다. 영화의 코믹적인 요소로는 재미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이해가 안되던 기택네의 취업이야기...그러나 오랜만에 극장에 가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던 영화였다. 그리고 봉준호, 그가 감독으로서 우리사회에 던진 이야기처럼 이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며 인생을 살아가고 그 과정에서 약자인 타인들을 어떻게 대할지 관객인 우리 몫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한가지 확실한 건 감독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의 약자를 바라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고 타인과 나 사이에 '선'을 그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사람따위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