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제는, 나의 이야기로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by Light of Life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때의 나는 살아내는 데에 급급했고,
그 이후의 나는 바쁘게 현재를 살며 그 시간을 애써 덮어두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사고와 회복의 과정중 상처가 가득한 시간은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같다.

완벽하진 않지만 온전해진 내 모습과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승리감만 남기고 싶었는지 모른다.
마흔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그 겨울을 조금씩 다시 기억해내기 시작했다.


사고는 내 삶을 단번에 바꾸어 놓았다.
완벽하다고 믿던 것들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상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지,
그리고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그때 처음, 몸으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삶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낯선 사람의 말 한마디,
아무 일 없다는 듯 건네진 시선,
그저 옆에 있어주던 시간들.
그 모든 것이 모여, 조금씩 나를 회복으로 데려갔다.


돌이켜보면, 그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상황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였다.
예전의 나는 늘 무엇인가를 증명해야 했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를 설명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완벽한 순간은 오래가지 않고,
절망 또한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삶은 늘 불완전한 상태로 흘러가고,
그 안에서 우리는 수없이 넘어지고,
또 예상치 못한 기회 앞에서 다시 일어난다.
그 과정을 지나오며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고,
조금 더 멀찍이 떨어져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의 나는
기쁠 때는 기쁜 만큼,
힘들 때는 힘든 만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무언가를 애써 의미로 만들기보다,
그저 그렇게 흘러간 시간으로 두는 법을 배웠다.


이 글들이 누군가에게 어떤 교훈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읽는 동안
자신의 삶을 잠시 떠올리고,
지금 곁에 있는 것들을 한 번 더 감사히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제는,
그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로 남겨두려 한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