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이후의 시대, 감각을 설계하는 사람

AI 시대, 전략과 감각 사이에서

by Light of Life


인간의 노동과 관심사가 점점 양극화되고 있다고 느낀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이미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데이터 정리, 문서 작성, 보고서 요약, 심지어 기획 초안까지. 조금만 훈련된 AI는 웬만한 중급 인력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앞으로 살아남는 사람은 AI를 대신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설계하고 활용하는 사람일 것이다. 맥락을 읽고, 거시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AI가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구조를 짜는 사람. 어중간한 기술이나 평균적인 능력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노동의 효율이 극대화될수록 인간의 관심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감각'을 다루는 책들이 유독 눈에 띈다. 브랜딩과 마케팅에서도 '고감도', '취향', '센스', '결' 같은 단어들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효율의 시대 한복판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감각적인 것, 정제된 취향,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찾고 있다.


왜일까.


정보는 넘쳐나고, 정답은 검색하면 나오고, 기술은 빠르게 평준화된다. 그럴수록 남는 것은 결국 '해석'이다. 같은 경험을 해도 어떤 사람은 그냥 지나치고, 어떤 사람은 그 안에서 의미를 길어 올린다. 같은 데이터를 봐도 어떤 사람은 숫자만 읽고, 어떤 사람은 그 안의 흐름과 사람의 욕망을 읽어낸다.


연차가 쌓일수록 하나의 확신이 생긴다. 차별화는 기술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 결국은 '나'로 귀결된다는 것.

내가 무엇을 깊이 읽어왔는지, 무엇을 오래 고민했는지, 어떤 취향을 선택하며 살아왔는지. 그 축적이 남들과 다른 한 끗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 살아남는 사람은 전략가이면서 동시에 감각을 가진 사람일 것이라고. AI를 이해하되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는 사람. 데이터를 다루되 정서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 효율을 추구하되 품격을 잃지 않는 사람. 두 세계를 연결하는 사람.


이건 나의 커리어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경험이 쌓일수록 '어떻게 남들과 다르게 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고, 그 답은 점점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나온다.

그래서 요즘 나는 고감도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책을 찾게 된다. 그들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싶어서다. 단지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감각이 곧 시대를 읽는 힘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AI 시대를 살아갈 내 아이를 생각하면 더 분명해진다.

무엇을 더 잘하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깊이 느끼게 할 것인가. 맥락을 읽는 힘, 질문하는 힘, 자기만의 취향을 만드는 힘. 그것이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을 만들고, 동시에 감각을 잃지 않는 사람을 만들 것이라 믿는다.


효율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나는 전략을 배우고 싶고, 동시에 감각을 기르고 싶다.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을 연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마도 앞으로의 시대는, 그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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