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과 피아 구분의 시작
생명을 가진 존재는 몸을 갖고 있다.
수많은 세포들이 유기적으로 개체의 몸을 구성하고 생명을 유지한다.
(단세포도 몸이 있다)
몸은 자극을 감각한다.
몸은 감각에 반응한다.
몸이 없는 상태는 자극도 반응도 없는 상태다.
몸을 입은 순간 생명은 세계와 분리된 개별적 존재로서 감각하고 반응하며 기능하는 하나의 개체가 된다.
몸은 피아의 경계이다.
'나'라는 인식이 있기 전에 생명은 몸을 통해서 세계와 자신을 구분 짓는다.
나와 내가 아닌 것에 대한 분별은 몸에서 출발한다.
몸은 구체적이다.
몸은 여기에 있다.
몸은 유한하다.
몸은 개체의 정보를 담고 있으며 개체를 한정한다.
몸은 그 자체로 진실이다. 미사여구가 없다.
몸은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몸을 통해 나비는 나비답게, 고양이는 고양이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가게 된다.
장에너지는 몸과 함께 등장했으며 그래서 몸의 특성과 닮아있다.
이 '몸'을 가진 존재는 그것이 목표라는 인식이 없음에도 본능적으로 생존 활동을 한다.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영양분을 섭취한다.
영양분을 얻지 못하면 죽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을 발달시켜서라도 섭취하게 된다.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번식을 한다.
번식을 하지 못하면 존재의 영속성을 성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을 발달시켜서라도 번식하게 된다.
내가 아닌 것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온전히 지켜내기 위하여 생명체는 공격도 하고 방어도 한다.
다른 개체와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대상이 아군인지 적인지 판단한다.
안심해도 되는 것인지 위협이 되는 것인지 판단한다.
기회인지 위기인지 판단한다.
판단은 신속 정확해야 하며 판단에 따른 행동은 망설임이 없으되 정확해야 한다.
개체의 초점은 모두 이 사투의 현장에 온전히 향하고 있다.
이기면 살아남는 것이고, 지면 변명 없이 퇴장하는 세계다.
이 세계에는 사사로운 감정이나 고귀한 이상, 복잡한 이해타산이 없다.
과거에 대한 향수, 미래에 대한 가정 같은 것들도 끼어들 틈이 없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을 한껏 활용하며 현재를 살뿐이다.
생존을 위해 적을 파멸시키는 것은 순간적이고 맹렬하며 양보가 없지만 거기에는 사사로운 미움이 없기 때문에 아주 차가운 분노다.
몸을 가짐으로써 시작된 이러한 피아에 대한 인식, 생존 욕구, 자기 영역 구축의 본능은 이성과 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인간에게서는 훨씬 다각화되고 다면화 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장에너지는 이 원초적 본능이 만들고 시사하는 것들을 관장하며 가슴, 머리에너지와 함께 우리 안에서 작용하고 있다.
생의 의지, 내 것을 보호하는 것, 원하는 것을 이겨서 차지하는 것, 뜻을 관철시키는 의지, 난관에 대한 투지, 승부에 대한 감각, 안전과 위협에 대한 직관, 행동, 실천 등에 장에너지는 함께 한다.
허상이나 미망에 빠지지 않고 '실재', '있는 그대로의 사실', '현실'과 닿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장에너지다.
미로 같은 관념의 세계에서 헤매지 않고 구체적이고 단순한 진실을 포착하는 것,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들고 뜻을 실제화하는 힘은 장에너지가 주는 선물이다.
가슴에너지가 우리 마음의 진실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면 장에너지는 마음이 향하는 곳에 실제로 다가가는 힘이며, 그 길을 따라 내딛는 걸음마다 장에너지는 새로이 생겨난다.
그러나 균형을 잃은 장에너지는 우리를 몸의 나, 생존 현장의 나로 한정하고 다른 차원으로 자기를 확대하지 못하게도 한다.
'몸의 나'는 나와 세계가 분리되었다는 것을 개념적으로 이해하지 않아도 생존이라는 목표 하에 분리된 상태에 가장 충실하게 몰입한다.
피아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나의 영역, 나의 생존에만 집중하다 보면 가슴에너지가 전하는 연결을 회복하고자 하는 열정, 머리에너지가 주는 대상을 정교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를 무가치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리하여 활력 있게 행동하고 현실에 충실할 수는 있지만 외부의 무언가가 정신적, 정서적으로 자신을 침범할 수 없도록 선을 그은 채 누구로부터도 영향받기를 거부하며 고집스럽게 자기 안에서만 머물 수 있다.
장에너지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큰 힘으로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인간이 지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언뜻 머리에너지가 인간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지만 이 장에너지가 기반되지 않고서는 머리에너지는 존재할 수 없다.
8유형, 9유형, 1유형은 이 장에너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 장에너지가 가져다주는 강점과 약점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