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은 정말 싫다
어디에 있냐면, 대형병원 진료실 앞에 있다.
지난 2주간 정말 괴롭게 한 피부낭종이 있다. 초반에는 손가락 하나만 해서 피부과 갔더니 너무 크고 만져지는 것이 있어서 함부로 처치 못하겠다고 큰 병원을 가라고 했다. 큰 병원 진료를 받을 때쯤엔 손가락 두 개를 거뜬히 넘을 만큼 붓고 크기가 커졌다. 선생님은 탁구공 사이즈라고 너무커서 초음파를 찍고 진료 해야한다며 또 기다리라고 했다.
보이는 곳에 있는 낭종이 아니고, 팔이 자주 스치는 가슴 옆 부위라서 심할 때는 걸을 때도 둥둥 울렸다. 자다가 뒤척이면 깰 정도로 아파서 하루하루 괴롭다가, 결국 지난 주에는 응급실까지 갔다. 빨리 진료받으면 좋겠는데 도저히 괴로운 상태로 1주일을 더 참을 수 없어서 뭐라도 처치를 받으려고 갔다. 초음파를 찍기로 한 날 그냥 응급실에 가서 조영 CT까지 찍고 난리였다.
전공의 부족으로 응급실은 대기와 대기의 연속이었고 아침 9시에 들어갔다가 저녁 5시 반에 나올 때는 정말 녹초가 되었었다. 염증으로 인해 열도 나고 있고, 어떤 자세를 해도 너무 불편해 다 큰 어른이 엄마 손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널부러져 있을 때, 옆에 계시던 노부부는 나를 불쌍히 여기며 '기다리다가 지쳤고만 아이고..' 하고 위로해 주셨다.
병원에 계속 다니면서, 나보다 훨씬 아픈 사람은 많지만 여튼간에 눈앞에 내 고통 밖에 안 보이고, 길게 아파지면 정말로 많은 의욕이 꺾인다는 걸 깨닫는다. 잘 다니던 출근길도 너무 길어 보이고 하루 8시간 집 밖에서 있어야 하는 것 자체가 곤욕인 하루하루였다. 괴로운 마음에 여러 사람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회사도 며칠 빠져서 얘기하다가 보니 정말 위로가 되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으면 그게 우리에겐 응급이죠' 하는 다정한 한마디에 잠시나마 아픈 게 가라앉고 기분이 나아졌다면 믿으시려나. 온몸에 소름이 돋고 입에서 으으 소리가 나오게 아프다가도 그런 말 한마디는 잠시나마 진통제와 같이 삶을 반짝이게 해 주었다.
잘 잠들었다가도 아파서 깨고 나면 다시 잠들기가 어려워서 쇼츠를 보다가 "세상에 맘대로 되는 게 없어서, 뭐 하나 좋은 일이 생기면 그게 그렇게 소중하고 재밌는 것이다" 하는 정승제 선생님의 말을 들었다. 깊이 공감하면서도 아플 때 보니깐 그냥 안 즐거워도 되니깐 그만 아팠으면 좋겠다 눈물지었는데, 저렇게 말 한마디에 큰 위로를 받는 것을 보니 선생님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은 이 낭종이 왜 생겼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혹시나 악성은 아닐지 다시 치료받고 진료받기 위해서 연차를 냈다. 채혈을 하고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며 시간이 있으니 S지만 J인 나는 현실적으로 일어날 법한 일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됐는데, 아끼고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을 앞에서 맞이하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하다가 또 파워 F라서 혼자 눈물짓게 돼서,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상상을 멈췄다.
비까지 와서 좀 축축한 날이다. 이 낭종으로 인해 멈춰 버렸던 나의 2주는 누가 책임지며, 이렇게 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자기주장이 또렷한 낭종과의 씨름만을 이어오니 제발 일상생활이 돌아오길 바라게 된다. 좀 덜 감사하고 지루해하던 일상을 간절히 바라게 만든 점에서 그래 이 작은 사건이 나를 또 겸손하게 만드는구나 싶기도 하다.
평소에는 더 자고 싶어도 못 자던 밤에 저녁 9시 10시만 되면 퓨즈 끄듯이 잠들어 하루 10시간을 거든히 자고 나와도 또 출근하면 졸린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보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몸속에선 엄청 치열한 싸움을 싸웠던 것 같아서 기특하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온몸이 치 떨리게 힘들다가도, 밥때가 와서 억지로 밥을 먹고 나면 힘이 생기는지 증상이 좀 나아지는 것도 너무 웃겼다. 조금이라도 배고파지면 다시 아파지는 꼴이 그냥 이게 다 끝나면 살만 쪄 있을 것 같아 속상하다가도, 얼렁 나았으면 좋겠다.
일요일은 부활주일이었다. 내 낭종도 상처들도 다 부활하고 낫길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