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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들 May 21. 2021

바바리맨이 되어 나타난 아들

유아 변비 그 언저리의 추억

때는 바야흐로 3년 전 어느 날.


아들은 유치원, 딸은 어린이집 등원해놓고 여유롭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에 유치원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아이가 하원 시간이 되기 전에 원에서 전화가 온다는 것은 90% (내 입장에서) 슬프거나, 걱정되는 일이라 긴장하고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XX이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봤는데요,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데리러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유치원은 어린이집과 다르게 여벌 옷을 따로 준비해두지 않았는데 옷을 얼마나, 어떻게 버렸길래 애를 데리고 가라는 것인가..? 의문을 품고 유치원으로 아들을 데리러 갔다.





응..?


아들이 흰 가운의 바바리맨이 되어 나타나셨다.


평소 1일 1 똥으로 건강한 배변습관을 가진 아들이었는데 이때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지독한 변비에 걸려서 배변활동이 활발하지 못하였다. 전날 저녁에도 푸드드드득- 지독한 냄새의 방귀를 뿜어내며 화장실을 들락날락했었는데 오전에는 괜찮아진 것 같아서 등원시켰더랬다.


오전 시간 유치원 야외활동으로 장운동이 활발해진 아들은 교실에서 잘 놀다가 갑자기 사라져서 선생님이 화장실로 데리러 가보니 화장실에서 똥칠을 제대로 하시고 그걸 혼자 열심히 수습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들은 지금까지 집 외의 장소에서 배변활동을 잘하지 않는 편이었고 집에서는 내가 항상 비데 티슈로 뒤처리를 도와주었는데 6살에 처음으로 경험한 변비로 인해 혼자 화장실 뒷수습을 하려니 그게 그렇게 어려웠었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수습해주시고 아이가 입고 있던 X 묻은 옷을 벗겼는데 유치원에 여벌 옷이 없어서 생각해내신 것이 바로 흰 가운.





게다가 단추가 ONLY ONE.

행여나 우리 아들 소중한 고추가 밖으로 노출될까 싶어서 선생님께서 아래쪽은 집게로 곱게 집어놓아 주셨다.


선생님께 민폐가 되진 않았을까 걱정되어 여쭤보았더니 아들 혼자 수습하려는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웃겼다고 말씀해주셔서 서프라이즈 똥칠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집에 와서 가운을 벗겼더니 안에 아~~~무것도 안 입고 양말만 신고 있는 모습이 너무 웃기고 어이가 없었다.

아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 것인가...


다음부터는 유치원에서 볼일 볼 때 선생님께 꼭 도움을 요청하라고 일러두었다.

물론 그 이후로 아들은 똥칠 해프닝의 악몽 덕분인지 절.대.로. 바깥에서 변을 보지 않았다.


밖에 나가기가 무섭게 화장실!이라고 외쳐주시는 아들 덕분에 당분간 외출도 삼가야만 했다.

아들은 변비로 며칠을 더 고생하다가 약을 먹고 겨우 나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커서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도록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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