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 24개월 차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육아나 요리의 어려움은 있지만
모유수유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몸이 점점 축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기로 인해 몸이 처지는데 아이가 새벽에 깨면 엄마를 찾고
내내 젖을 물고 자는 통에
밤새 젖을 만들어내느라 몸이 쉬지 못하고
새벽부터 배가 엄청 고프고 몸이 무겁다.
아이도 나도 잘 자는 게 맞을까?
불면증이 있을 때에는 아이 덕분에 잘 잘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은 이제 뻗어서 잠을 잘 자는 요즘이라서 배가 불렀는지
혼자서 편안히 자고 싶어지기도 한다.
아이를 안고 잘 때만큼 정서적으로 따뜻하고 행복하게 잘 때는 없지만,
불편한 자세로 자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아이를 뭉개지 않게 움직이지 않으려고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갖고 자게 되기도 한다.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많았다.
유선염이 와서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했을 때,
약을 먹어야 했을 때, 치과 치료가 시급했을 때,
아이의 체중이 백분위 100 가까이 찍었을 때,
아이가 밤에 자주 깨서 젖을 찾을 때,
X레이 촬영을 못해서 3년째 제대로 못한 건강검진을 더는 미룰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래, 그때 단유했어야 했어!
하고 후회한 적도 단 한 번도 없다.
'최소 2년, 더 길게 할수록 좋다.'는 이야기를 믿고 있다.
나와 아이의 정서적으로 얼마나 좋은지는 해 본 사람만이 안다.
얼마나 평화롭고 안정적이고 행복한 순간들인지는.
이제는 꽤나 장난꾸러기 같은 말투로
'맘마 목을 꼬야~~~~'
하면서 장난스레 젖을 찾는 일이 많아졌고
그럼 나도 장난스레
'또? 또 맘마 먹을 거야~~~~?'
하면서 간지럽히면 같이 웃다가 다른 놀이나 책 읽기로 넘어갈 때도 있고
결국엔 꼭 먹고야 말 때가 더 많긴 하다.
엄마젖을 물어야만 자고 아빠를 거부해서
나 혼자 온전히 재워야 했던 6개월은 정말로, 힘들었다.
자기 전, 자는 동안에도 육아가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느낌.
재우기도, 잠연장하기도 내 몫이니 정말 제대로 잘 수도 쉴 수도 없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패치로 가리고 단유를 시작하고부터
아이가 아빠와의 연결이 다시 좋아지고
아빠와 목욕하고 책을 읽다가
잠깐 엄마 젖을 먹고 아빠와 함께 침대로 가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한참을 안 자서 아빠가 잠자리 훈육을 시작하고 있는 요즘,
감기몸살 때문에 힘들어서인지
처음으로 이제 그만해도 여한은 없겠다.
정말 원 없이 했다.
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 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언제 끊어도 그립고 후회가 남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도 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라는 사람을 엄마로서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존재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우리 아가야.
아이의 두 돌을 앞두고,
평생 헌혈 딱 한 번 밖에 안 한 내가
그간 내 피를 아낌없이 기쁘게 나눌 수 있게 해 준
아이 아빠와 내 몸과 아이와 모든 존재에 감사하는 밤.
일을 다시 시작하지 않는 한,
엄마의 젖이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 아이의 몫으로 남겨두면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더 해가면 어느덧 세 해가 지나있겠지?
그래서 더 해, 말어?
그건 아이가 아나? 내가 아나?
나와 아이가 함께 결정할 일인가?
엄마가 결정할 일이지.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내 몸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우리의 완전한 분리의 때는
엄마인 나만이 알지. 누구한테 물어.
날 좋은 때에,
감기가 자주 오가지 않을 때에,
좋은 몸과 마음일 때에,
그때 찌찌랑 안녕하자!
아직 오늘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