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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갓 된 엄마

이토록 느슨한 행복,

딸의 두 번째 생일날

by 빛율

시끌벅적하지 않아도

소란스럽지 않아도

고독하거나 외롭지 않고

평화롭고 단정한 오늘은

아이의 두 돌 생일.


감기 몸살에 졸리고 힘이 없다.

아이의 생일 파티를 열어 지인들을 초대할까 했다가 접었다.

종일 누워있고만 싶다.

첫 번째 생일즈음에도 아이가 아파 입원을 했었는데,

겨울의 끄트머리, 정확히는 봄의 시작,

입춘이 조금 지나고 태어난 아이라 그런지

생일 즈음에 꼭 아프다.

정확히는 명절에 먼 길을 오가고 나면 나로부터 시작해

온 가족이 한 바퀴 아파야 끝이 난다.


생일 파티 모임 일정을 취소했다.

정확히는 취소가 되었지만, 일부러 더 만들지 않기로 했다.

잠깐의 텅 빈 마음을 지나 보내고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이의 생일날, 나와 그가 얼마나 애썼던가.

아이의 탄생을 위해 온 마음과 몸을 다한

우리 가족 셋 모두를 진심으로 격려하고 축하하고 싶었다.


종일 집을 정리하고, 그 리듬으로

체기처럼 오래 미뤄뒀던 일들을 하면서

마음이 깨끗하고 단정해졌다.

몸살을 이겨내기 위해 타이레놀을 먹으니

얼마 만에 맛보는 무고통의 상태로

집안일들을 해냈다.

나는 쉬고 있어, 종일 누워있어도 돼-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니

열심과 짜증이 아니라 그저 쉬는 듯 흐느적흐느적 휘휘 오가며 치우다 보니

그리 힘들지 않고 되려 에너지가 돈다.


두 돌이 맞이해 영유아 검진을 하고 왔다.

건강하게만 태어나게 해달라고 빌었던 그 마음 잊지 않고

잘 커주고 있음에 감사하면서

엄마처럼 제왕님께 비는 대신

우리 아침 밥상 앞에서 함께 두 손 모아 기도했다.

내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기도하니

아이가 함께 따라 했다.

그 손과 마음이 예뻐서 넌지시 신랑에게 물었다.


"여보, 우리도 종교를 가져야 할까 봐. 종교 없이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을까?"

"우린 절에 가자. 불교를 우리 종교로 하자 그럼."


아이가 선생님을 '하느님'이라고 한창 발음할 때만 해도

이건 믿으라는 신의 계시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가까운 뒷산 절에서 늘 아이의 건강과 우리의 행복을 빌고 있다.


미역국을 끓이고 아이를 위한 생일케이크를 준비하는 아빠와

아이를 위해 정돈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종일 쉼 없이 일하는 엄마와

아빠가 출근할 때마다 아빠와 엄마에게 "안아주세요"하고 꼭 안아주는

우리 딸 우리 세 가족이면 충분한 하루였다.

자연주의 출산으로 우리 세 사람 꼭 안고 함께 했던 처음 그날처럼

우리는 함께 있다.


시끌벅적하지 않아도

파티 같은

그보다 더 행복한

어느 조용한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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