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율 Mar 13. 2024

누가 누구를 재우는 건지

엄마를 재우는 아기

집에 오자마자 아이가 옷을 더듬으며 젖을 찾는다.
젖을 물리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요 며칠 잠을 못 잤다.
내가 아이를 안고 잠들듯 말 듯 기대앉아 쉬고 있으니

아이의 숨소리도 함께 잦아들었다.
아이도 나도 짧고 진한 휴식을 취했다.
엄마가 더 자고 싶어 하는 걸 느꼈을까.

나보다 먼저 깬 아가가 잠든 엄마를 기다려주었다.
확실히 기다려주고 있다고 느꼈다.
자기는 졸리지 않은데 나를 안고 엄마에게 안겨서 그저 그렇게 가만히 가만가만 곁에 있어주었다.
그게 참 예쁘고 고마웠다.

엄마 내가 안아줄게. 엄마 힘들었죠. 조금 쉬어요. 오늘 못 자서 졸리죠. 내가 재워줄게요.

누가 누구를 재우는 건지 모르겠다고 늘 생각한다.
나의 수면제, 우리 아가.
우리 아가만 있으면, 우리 아가를 안고 젖을 물리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잠을 잔다.
젖을 떼는 날, 아가도 나도 그날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아가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서로 얼마나 몽글몽글해지는지. 얼마나 따뜻하고 안정되는지를. 아이의 웃음이 해사해지는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남겨두는 글.


나태주 시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엄마를 위한 책배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