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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갓 된 엄마

종교가 없는 어느 엄마의 기도

종교가 없지만 기도가 필요한 매일 속에서

by 빛율

달님,

나의 작고 연약한 영혼이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고받지 아니하고

더 많은 사랑과 신뢰를 주고받게 하소서.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마음 없이

있는 그대로 그저 만나게 하소서.


내 주인은 나이로소이다.

내 마음과 에너지가 허락하는 시간에

좋은 에너지를 나눌 수 있게 하소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묻지 아니하고

내 무엇을 세상이 필요로 하는 지를 물으며

나를 쓰이게 하소서.


아이가 나를 안아 위로합니다.

우리는 아주 오래도록 아무 말없이

한참을 그렇게 꼬옥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거의 모든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엄마, 괜찮아?

응, 이제 괜찮아.

엄마, 힘들었지?

응, 우리 아가도 오늘 힘들었지?

응, 이제 괜찮아.


우리는 그런 말없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신이시여,

불완전함 가운데에서도 편히 머물게 하시고

오늘 이 순간을 살게 하시고

다만 감사하고 사랑하게 하시고

미움과 서운함은 그 너머의 깊은 사랑으로 읽게 하시고

말을 줄이고 꼭 필요한 말만 하게 하시고

분열하지 않고 안팎이 통합된 자아로 살게 하소서.


걱정거리가 있을 땐 고즈넉한 절을 찾고

교회의 노래와 기도와 공동체 섬김 문화를 애정하며

스스로가 신을 믿는 무종교인이라 여기는 내가

엄마가 된 이후로

무수히 기도하고 명상하고 나를 닦아야만 하는 순간들이 계속 되는 가운데

종교나 신에 의지하지 않고

운동으로 나를 절제하며 힘을 제대로 쓰는 법을 배우고

읽기로 내 좁은 생각과 사고를 반성하며

글쓰기로 마음 똥을 누고서야 개운해져 잠을 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흔들림 없는 마음과 체력, 정신력을 지닌,

지혜롭고 건강한,

평화롭고 단단한 엄마가 되게 하소서.


달님께, 모든 신께,

내 안의 신성에게,

아이 안의 성스러운 영혼에 빕니다.


제발 우리 가정과 내 안에 평화를,

제게 시간과 마음의 조절력을,

실행력과 결단력, 용기와 절제를 주소서.


아이는 너무나 완전하게 아름답게 이 세상에 왔습니다.

아이로 인해 완전해져가는 우리 가정에 지혜와 사랑과 힘과 용기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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