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네 번째
대학 동기한테 전화가 왔다. 방송콘텐츠를 제작하는 동기라, 주변 사람 중 섭외를 부탁했는데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연락해 민망했는지, 괜히 던지는 그런 말을 한다.
"아. 민경(가명)이 기억나? 그 선생님 된 친구."
"아... 아니. 그게 누구야?"
아. 이름은 커녕 작은 잔상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돌아보면 연차와 상관없이 선명한 기억들은 많다.
알바 끝나고 강변에서 첫 심야영화 봤던 기억. 20살 처음으로 삼청동, 성북동을 오가며 실컷 걸었던 날. 포근했던 왕십리 집 주인 할머니. 이런 것들은 10년이 넘어가는데도 참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