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들 #12. 나의 이기적 시선을 통해 빙판길 같은 세상을 아름답게
어제 바닥에 주저앉아 9살 즈음부터 써온 일기장을 어제 모두 꺼내보는데 문득 우리는 인생의 참 많은 부분을 이기적으로 바라보고 편집적으로 기억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모진 면을 그대로 기억하며 살기엔 너무나 나약한 인간이기에 내 마음이 편한 대로 편집하고 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그런 구조로 창조되었을지도 모른다. 진실은 늘 불편한 법이고 내가 듣기 좋게 보기 좋게 기억을 왜곡해버리는 것이 속이 편할 때가 많으므로.
하지만, 미끄러지지 않으려 해도 가끔은 미끄러질 수밖에 없는 빙판길과 같은 순간이 가득한 이 세상을 살며. 이런 나의 이기적 시선이 약이 될 때가 많다. 어차피 우리는 이 커다란 빙판과 같은 세상을 어차피 벗어날 수 없으며 외면할 수도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이 고루하고 불편한 말이 늘 나에게는 진리와 같다.
긴 연휴 끝에 잠시 지쳤던 감정도 몸도 잠시, 나는 오늘도 언제 넘어질지 모르는 서울의 중심에 서 있지만, 언제 넘어질지 모르지만 언제든지 달릴 수 있는 빙판길 같은 인생.
어쩌면 이기적 시선과 망각을 통한 편집적 기억은 나약한 인간을 위한 선물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