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나 브런치로 옮긴 후

#171

by 예원

아침에 멍하니 인스타를 보다가 가만히 고민을 해봤다. 감정 똥이 싸고 싶을 때가 있다. '감정 똥'이라는 건 사실 나만의 표현이다. 종일 온갖 외부 자극들을 삼키다가 온 몸으로 영양분만 쏙 먹는다. 그리고 나면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감정들의 잔여물이 생긴다. 그걸 나는 '감정 똥'이라고 부른다.


'감정 똥'

기록보다는 그냥 혼자 흘려보내면 좋은 마음들.

예를 들어 남 심기만 건드릴 자랑,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우울함, 공허함에 입술로 나불나불 거리는 헛소리들.



자고로 똥이란 나 혼자 화장실에 조용히 들어가, 변기통에 흘려보내야 한다. 근데 나는 왜 인스타 같은데 굳이 남기는 걸까. '나 지금 힘들다! 좀 알아주라!' 이런 감정인가? 명확한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별로 좋은 영향을 준 적은 없다. 그것은 명확한 것 같다.


근데 거꾸로 빈종이나 브런치에 글을 쓰면ㅡ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감정 똥 싸던 습관을 한 번씩 접게 된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빈 종이에 적으면 누군가에게 내 감정똥을 노출할 필요 없이, 한번 쓰고 찢어버리면 된다.

그리고 브런치는 빈 화면에 한 문장형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된다. 빈 종이, 긴 글이라는 수단이 주는 힘 같기도 하다.


아직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계속 변화를 거듭하며 실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