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스스로 ‘루저(loser)’의 길을 선택했다

서울 사람들 #2. 25세/서울 서초구/여대생

by 예원


160센치미터 정도 키에 긴다리 아담한 체구. 어딜 가도 눈에 띄는 미모. 강남 8 학군에서 방과 후 자율 학습만으로 서울 상위권 대학 입학 성공. 대학생활 4년 전액 장학금. 스스로 생활비까지 버는 효녀.


현재는 대학 생활의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있으며,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음. 소위 요즈음 시대 사람들이 말하는 능력자. 얼마 전 일명 취업 스펙의 방점이라는 해외 봉사활동까지 마치고 돌아옴. 그녀는 서울 사람들 #2 주인공이자 나의 사촌동생이다.



서울 사람들 #2. 25세, 서울 서초구, 여대생


흔한 신문 기사 속 주인공 같은 능력자

능력자 사촌동생, IMF 경제위기 때 힘들어진 가정환경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살 길을 찾았다. 갑자기 어려워진 경제적 환경은 그녀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변 어른들은 ‘마음 것 지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흠 없이 자라 줘서 고맙다.’ 등등 어른들은 온통 미안하고 고 맙 단말뿐이다.


헌데 그에 대한 능력자 동생의 대답은 허망할 정도로 ‘쿨(cooool)’하다.


“언니. 나는 지원이 없어서 덕분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 그래서 오히려 감사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빨리 알았어. 나 *취업스터디 안 할 거야. 아르바이트하다가 마지막 복학 전에 일본 여행 다녀오려고 항공권 예매해뒀어.”

난 숨 쉴틈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완전 잘 했어!"

영화<쿵푸팬더3>에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주인공 '포우'


*취업스터디 : 목표하는 기업이나 직군이 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여 스터디를 한다고 한다. 일부 스터디그룹은 모임 합류를 위해 면접도 자체적으로 진행한다고..


그녀의 선택은 ‘능력자’가 아닌 ‘루저(loser)’

능력자로 불리는 10학번 동생은 온전히 생산성 높은 지식인 양성 공장이 된 대학에 다니고 있다. 그 안에서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아왔다. 누구보다 빠르게 능력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이 아이. 그러나 ‘생산성 높은 능력자’이길 거부하고 있다. 그렇게 규정되고 싶지 않단다.

<쿵푸팬더3> 주인공 포우, 자아정체성을 고민하며 남들과 다른 자신 모습때문에 좌절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음… 다수가 곧 정상이라는 가정하에 동생과 나는 비정상에 속한다. 동생도 나도 남들이 말하는 취업 스터디는 해본 적이 없다. 취업을 위한 공부를 따로 해본 적도 없다.

이유? 첫째, 기업이 원하는 능력은 우리가 잘하는 일이 아니라서. 둘째, 언제나 대체될 수 있는 느낌이 싫어서. 마지막 결정적 이유... 남들이 어떻게 살고 세상의 기준이 어떠하든 내 행복이 더 중요한 이기주의라서. 아! 이런 부류를 요즈음 루저(loser)라고 부르죠?^^



어쩌면 그녀는 곧 세상을 구할 용의 전사일지도

파울 페르하에허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를 보면, 우리가 현재 살고있는 신자유주의 능력주의에 대하녀 이렇게 정의한다.

'만인의 출발 기회가 동등하다는 가정은 망상이다. 현재 시스템은 자기 다음 차례로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조심조심 문을 닫아버리는 새로운 엘리트들을 고용한다.'


어쩌면 똘똘한 동생은 현재 사회구조의 한계를 누구보다 빨리 감지할 걸 지도 모른다. 난 동생에게 다신 취업여부에 대하여 묻지 않을 예정이다. 지금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어떤 능력자보다 충분히 자기 밥벌이하며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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