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
1. 공복 30시간
어쩌다 보니 목요일 점심부터 금요일 저녁 지금까지 30시간 정도 공복인 것 같다. 내가 밥을 먹고 않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로 시간이 갔다. 에너지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고통스럽게 짓누르던 망상도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기운이 없어 바닥에 무릎 꿇고 눈을 감은채 있었다. 그러다 아빠가 한 말이 떠올랐다.
"고통이라 생각하면 진짜 고통만 보인다. 삶의 흐름과 전체를 봐라." 죽어라 빠져나오려고 할 때는 안됐는데 공복 30시간 즈음이 돼가니 마지막이 되어서야 전체가 보인다. 아빠가 왜 주기적으로 금식하면서 기도와 수련을 하시는지 어쩌다가 알게 됐다.
매일 일어나는 마음에 대하여 기도하고 다스리지 않으면,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다는 것이 살수록 더 분명해진다. (30시간 지나니 이제 배고프긴 하다... 도대체 3일 금식들은 어떻게 하신 건지)
2. 아는 언니
요즈음 주변 친구 중 2명이 우울증을 호소해서 아는 언니에게 도움을 청하려 연락을 했다. 언니는 정신과 전문의 2년 차다. 우울증의 경우, 주관적으로 본인은 우울증이라 단정해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럴 때일수록 전문가와 타인의 말을 들어보는 게 좋다고.
나는 내가 나를 정말 잘 아는 것처럼 생각할 때가 있다. 근데 남이 나를 나보다 더 잘 알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엔 언니가 이런 말을 한다. "봄 되면 보자. 원래 이 세상 제정신으로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