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중얼중얼

어버이날 생각나는 사람들

#249

by 예원

어느 순간부터 어버이날 생각나는 분들이 여럿 있다. 꼭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2년 전, 별다른 일도 없던 시기였다. 신기한 감정이 몰려왔다. 인생의 이 끝없는 좌절을 견디기가 너무 버거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안에 주저앉아서 어둠 속에서 혼자 묵상을 하다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그때 목사님한테 전화가 온 적이 있다. 상황을 알고 전화하신 것은 아니었지만, 목소리를 듣고 뭔가 직감이 오셨는지 짧고 굵게 이야기하셨다.


"그럴 때는 어두운 곳이 아니라 밝은 곳에 나와서 묵상하고 기도해라. 스스로를 자꾸 어두운 곳에 가두면 더 어두운 면만 보고 시야가 좁아질 거야. 나오너라."


그 말 한마디에 봄햇살과 나무를 보며 숨을 쉬면서 다시 묵상을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차근차근 나아지기 시작했다. 어두운 곳에 내가 나를 가두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할 때, 시야를 열어주신 분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내 인생에 또 다른 어버이였다.

나는 19살까지 악기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런데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 스스로 음악을 포기했다. 내가 포기해놓고, 정작 음악만 해오던 내가 도대체 무얼 할 수 있을까 좌절이 훨씬 컸다.

고등학교 3학년을 졸업하고 졸업식장에 서있는 나에게,


"고등학교 내내 공부만 하던 친구들이 부럽지? 근데 나는 그 친구들과 네가 또 다른 삶을 살 거라는 이상한 확신이 있다. 위로하려는 게 아니야. 음악을 하면서 너만의 세계를 만들었을 거야. 그 다른 걸 찾아보자."


또 다른 세상이 시작될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해주신 선생님이 계셨다. 네가 무얼 할 때 가장 의지가 생기고 즐거운지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차분하게 이끌어주셨다. 자신의 품을 떠날 자식에게 또 다른 세계를 인도해주려고 끝까지 내 손을 잡아주신 선생님이셨다.


인생의 어버이들은 끊임없이 나타난다. 보고 싶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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