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
같은 말을 해도, 비수가 되어 꽂히게 말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이런 거죠.
"요즈음 너랑 관계가 힘들다."
>> "너 때문에 내가 불행하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망했다."
뭔가 상대방의 인생에 대한 불행이 나에게 기인한 것처럼 모든 흙탕물을 끼얹어버릴 때.
나에 대한 존재감을 무너뜨리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30년 넘게 사는 동안 여기저기서 들어본 말이긴 한데,
내가 몸과 마음이 약할 때 이런 말을 주고받는 건 참 힘든 일 같아요.
내가 누군가에게 '악'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요.
나도 누군가를 이렇게 '탓'하면서 당신이 나에게 '악'이라고 비난하며 비수를 꽂던 날이 있었겠죠.
그게 가장 손쉽게 분노를 바깥으로 던져버릴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삶이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는데,
더 강인해지지 못해서 이런 것들이 버거운 걸까 싶기도 하고요.
얼마나 더 강인해져야 할까요?
이 삶을 제정신으로 살아가려면, 그리고 버티려면.
가만....돌아보니...
생계가 아니었다면 일찍이 무기력하게 모든 걸 포기했을까 싶기도 해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러다가도 막상 '생계'에 위협이 찾아오면, 살겠다며 버티며 견뎌온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진짜로 나를 살게 만든 적이 있었고요.
어디서 의미가 찾아올지 알 수가 없는 거겠죠. 내 머리로는 도대체, 인생을 무너뜨리는 비수와 이 인생을 다시 살려줄 의미들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