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번째
금방 기화될 감정이 분명했다. 5달 내내 행복했던 탓인지 이번 눈물이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습관적으로 단어를 쏟을 뻔 했지만 막상 그 앞에서 입이 열리지 않았다. 아스라이 사라져버리는 감정인 것 같아, 낱말들을 내뱉으며 우리 사이의 시간을 소모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냥 무거운대로 흘러가게 두었다.
그러고 나니 이전과 다른 종류의 평안함이 찾아왔다.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평안.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곤 동시에 직감한 대로 열병이 찾아왔다. 아무리 춥고 더운곳에 가서 고생해도 아프지 않지만, 마음이 무너지고 나면 어김없이 몸살이 온다.
열이 났다는 핑계로 반차를 내고 집에 들어와 천장을 보고 3시간을 누워있었다. 건반 앞에서 마음껏 마지막 눈물까지 쏟아내고 나니. 뜯어졌던 마음의 원이 다시 동그랗게 차올랐다. 내일이면 물살하나 없는 잔잔한 강가처럼 하루를 시작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