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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유영 Nov 28. 2021

랩 하는 음유시인, 쇼미더머니

좋아하는 음악

나는 장르 불문 거의 대부분의 음악을 좋아하는데, 요즘 가장 관심 있는 한 가지를 꼽자면 바로 랩이다.


우리가 흑인 문화에서 시작됐다는 것 외에 힙합과 랩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것처럼 나 역시 언제부터 이 음악을 좋아하게 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중학교 때 중 2병 감성을 간질이던 프리스타일의 Y나 리쌍의 광대 같은 노래의 녹진한 가사들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랩이란 힙합이라는 음악에 춤을 추며 노랫말을 붙이는 데에서 시작됐는데, 노랫말에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음율을 맞추는 라임(rhyme)과 래퍼의 발음, 속도, 스타일 등을 활용하는 플로(flow)를 담아 예술성을 채운다.


라임은 노래를 하나의 시로 만든다.

플로는 이 시를 노래로 만든다.

그래서 래퍼는 꼭 중세시대 음악을 연주하며 시를 낭송하던 음유시인들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랩은 고등래퍼2 김하온의 싸이퍼였다.

어린 친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그 나잇대 생각들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노랫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생이란 이 얼마나

허무하고 아름다운가

왜 우린 우리 자체로

행복할 수 없는가

우린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 중인가

원해 이 모든 걸

하나로 아울러주는 답


배우며 살아 비록

학교 뛰쳐나왔어도

깨어있기를 반복해도

머리 위로 흔들리는 pendulum

난 커다란 여정의 시작 앞에 서 있어

따라와 줘 원한다면 나 외로운 건 싫어서 ya


이 뒤로 나는 고등래퍼와 쇼미더머니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애청자가 됐다.


TV 속 래퍼들이 아주 빠르게 음악에 가사를 꽂아 넣는데도 어떤 생각으로 이런 노래를 부르는지는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되새겨진다.

돈과 명예, 명품과 욕구, 일탈과 상대방에 대한 디스얼룩졌던 랩과는 다르게 요즘에는 자신의 인생, 삶에 대한 신념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래퍼들이 많아져서 가끔 힙합에서 느꼈던 이질감과 거부감도 없다.


껄렁하고 드세보이지만 어쩌면 저들은 나보다 더 많은 글을 읽고, 삶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는 것 같다.

그냥 무대 위에서 랩으로 쏟아내는 음유시인이 눈이 부시다.

그들의 시로 위로받는 금요일 밤이다.


https://youtu.be/RxaVrrXNT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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