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가을에 젖어있었는데, 오늘은 어느새 영하의 날씨가 찾아와 한파주의보 알림을 받았다.
계절의 변화는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 없는 인간의 무력감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계절마다 이상적으로 그려지는 풍경이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가장 그리운 붕어빵 같은 것.
겨울은 싫지만 붕어빵, 감귤, 방어 같은 겨울 음식은 두 팔 벌려 환영이다.
어제는 퇴근길 내내 '어디 붕어빵 파는 곳 없나' 고개를 두리번거렸는데 도통 찾을 수 없었다.
빈손으로 돌아왔는데 시골에서 보내준 고구마 한 박스가 나를 위로했다.
자잘한 놈들이 아니고 다 내 손바닥만큼의 크기라 군침이 돌았다.
밥 먹기 전 고구마를 삶기 위해 냄비를 올렸다.
집에 있는 반찬으로 빈속을 대충 달래고 고구마가 잘 삶아졌는지 젓가락으로 푹 찔러봤다.
중간에 툭 하고 걸리길래 5분 정도 더 삶았더니 알맞게 익었다.
배는 부른데 고구마는 왜 더 먹을 수 있나. 꿀고구마가 아니라 퍽퍽한데 입안에 넣고 한참을 씹어 녹여먹는 맛이 그만이다.
고구마 덕에 겨울을 빨리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