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용품 팔아본 사람
조직이 개편이 되면서 내가 소속했던 본부가 자사 브랜드 운영 업무를 가져오게 됐고, 자연스럽게 B2C 마케팅은 본부의 주요 사업이 되었다.
자동차 용품 브랜드는 회사의 골칫덩어리였다.
라벨 갈이하여 대기업에 납품하는 데 치중했기 때문에, 10년의 세월에도 브랜드를 인지하는 소비자가 없었다.
슴슴하고 매력없는 패키지, 안전성을 우선한 탓에 어중간한 퍼포먼스는 와일드한 멋을 추구하는 자동차 소유자, 차량 관리에 효율을 중시하는 남성들에게 먹힐리가 없었다.
본부의 성과를 위해서는 팔아야 했다. 이 골칫덩어리를.
팔기 위한 주력 판매 채널을 만들었다.
가장 빠른 건 역시나 이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그중에서도 수수료가 적은 네이버를 선택했다.
이건 그당시 브랜드 담당자들의 결정이었다.
주요 본부 인원들이 아침 출근하자마자 작업복을 입고 세차장에 가서 퇴근 시간까지 제품과 사용컷을 촬영했다.
상세페이지 기획은 그당시 기업 브랜드 전략을 맡았던 우리 팀이 진행했다. 콘텐츠 기획을 할 줄 안다는 이유에서 였다. 팀원은 몇 주 동안 밍숭맹숭한 제품을 쥐어짜 소구점을 꼽고 동종업계, 비슷한 상품군의 상세페이지를 참고했다.
거의 모든 본부 인원이 시간과 몸을 갈아 상세페이지를 만들었지만 스토어를 운영했던 반년 동안 월 매출은 5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그래, 맞다. 본질은 여전히 매력없었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이루어졌다. 강력한 메인 상품 출시.
그것은 세상에 들어본적 없는 프리미엄 버킷이었다. 프리미엄을 붙인 비싼 바가지, 나도 처음에는 미친 소리 같았다. 하지만 상품기획팀은 10개월간 영혼을 갈아 넣어 시중 가장 단단하고 투명한 상품을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그렇게 탄생한 본질에 마케팅이 필요했다. 소구점을 잡았던 브랜드 전략팀에게 미션이 주어졌다.
2022년, 그 당시에 가장 핫했던 디지털 마케팅은 유튜버의 완성된 채널을 통해 제품을 광고하는 브랜디드 콘텐츠였다. 버킷 출시 시점에 세차 유튜버 몇명을 섭외하여 한정 수량 패키지를 판매했더니 10만 원 가량 하는 상품이 이틀 만에 동났다.
자사 물류 인력은 우리가 이렇게 팔수 있을지 몰랐다. 밀려드는 주문량을 아침에 확인하자마자 본부 인원 대다수가 물류창고로 이동하여 제품을 포장했다. 바닥에 박스를 깔고 주저앉아 햄버거를 먹었던 기억은 두고두고 직원들간에 회자되었다.
주력 상품이 시장에 소문나기 시작했다. 제품에 떡하니 새겨진 브랜드 로고덕에 브랜드 인지도도 조금씩 올라갔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유튜브 프로모션을 맡았다.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수많은 유튜버들과 커뮤니케이션했다. 덕분에 2023년에 유튜브 수익만 5억 6천을 달성했다. 무려 이커머스 매출의 35%였다.
*ACoS=(광고비 ÷ 광고 수익) x 100%
*ROAS =(광고로 인한 매출 ÷ 광고비) x 100%
ACoS도 RoAS도 몰랐던 내 책상에는 늘 위 공식이 문신처럼 적혀 있었다. 매일 광고비를 줄이기 위해 협상하고, 객단가를 낮춰 판매수량을 늘리기 위해 상품기획팀과 줄다리기를 했다.
진짜 마케터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