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 마케팅 해보기
홍보PR러로서 이제 좀 감을 잡을 때쯤, 회사의 조직 변경으로 나는 팔자에도 없던 마케터가 되었다.
1년 반동안 전무했던 매출이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야근과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마케터가 왜 아직도 인기 직군인지 몸소 경험했다. 숫자로 보여지는, 특히 인간이 가장 집착하는 '돈'이라는 결과물을 맛보게 되면 사실상 이보다 더 큰 자극과 만족감은 느끼기 힘들다. 그것이 비록 내 주머니에 꽂히는 것이 아닐지라도.
'내 행복은 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 자부했던 나였지만, 내가 뿌린 씨앗으로 몇 천, 몇 억 단위의 매출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니 남좋은 일만 하는 것 같고, '이럴 바에는 내 사업을 해볼까' 하는 가소로운 상상도 해봤다. 나 뿐만 아니라 같이 일했던 커머스 팀장은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니 더럽고 치사한 회사생활을 벗어나고 싶은 마케터들에게는 가슴 한 켠 사직서와 함께 대부분 갖고 있을 희망사항일지 모른다.
이런 저런 일로 회사를 그만 두고 이직할만한 직장을 알아보던 중 엄마의 지인이 마케팅 상담을 요청했다. 지방에서 나름 성공했던 그 '사장님'은 서울로 올라와 사우나, 헬스장, PC방이 있는 1000평대의 복합 레저 사업을 시작했는데 반년이 지나도록 계획했던 매출에 도달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있었다. 처음에는 고민단순 상담으로 시작했던 것인데, 매장을 둘러보고 몇 마디를 나누고 보니 흥미가 돋는다.
그날로 집에 돌아가서 매장 현황과 상권을 분석했다.
고가도로 바로 옆. 주변으로는 작은 규모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불규칙적으로 있어서 입지가 좋지 않았고, 번듯한 시설을 만들어 놓고도 노출이 부족했던 상황. 마케팅 경험이 부족한 사장님과 직원들의 이해를 도울 마케팅에 대한 몇 가지 전략과 처방(?)을 정리해서 보냈더니 며칠만에 연락이 왔다.
회사를 구하기 전까지 마케팅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이럴 바에는 내 사업을 해볼까' 했던 가소로운 상상을 테스트해볼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