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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크컨설팅 May 17. 2021

업무 회의에 바로 활용 가능한 퍼실리테이션 프로세스

PPCD

보통 퍼실리테이션이라고 하면 일상적인 업무회의보다는 사업계획이나 비전 수립 등을 위해 다양하거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토의하는 비 일상적 아이디어 회의(보통 우리가 '워크숍'이라고 부르는)를 떠올리기 쉽다.


이러한 워크숍은 주제의 내용과 난이도, 참석자의 다양성, 목표 산출물의 구체성과 수준 등에 따라서 퍼실리테이터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매우 까다로울 수 있다. 그렇다고 일상적인 업무회의는 마냥 쉬울까?

퍼실리테이션 업계의 Guru 중 한 사람인 Ingrid Bens1는 퍼실리테이터의 역량 수준에 따라 퍼실리테이터의 성장 모델을 세 단계로 제시한다. 1단계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퍼실리테이션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각 단계의 구분은 다음과 같다.


1단계 : 소속 팀에서 익숙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익숙한 주제의 회의를 수행할 수 있음

2단계 : 조직 내 다른 팀이나 상위 부서, 조직 밖 지인의 요청 등에 따라 조금 생소한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의 워크숍을 수행하게 됨

3단계 : 주제와 참석자에 제한 없이 Professional로서 퍼실리테이션을 수행할 수 있는 Organization Development Facilitator 


당신이 Level 3에 있다면 컨설팅 fee를 받고 일하는 직업 퍼실리테이터라는 뜻이다. 단순한 정보 공유 회의도 뻔하지 않게, 참석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몰입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Level 1에 있다면 당장 일상적인 업무회의를 일방적으로 지시받거나 상사의 훈계를 듣는 회의에서 보다 참여적이고 효과적인 회의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을 것이다. 당장 모든 퍼실리테이션 이론과 기법을 섭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만이라도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느 날 Level 2에 올라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1.《Advanced Facilitation Strategies》의 저자




조직 내 업무회의를 단순하게, 그러나 논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진행하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Process를 활용해보자.


1. Picture Forming

2. Proposal Shaping

3. Consent Round

4. Decision Announcing




1. Picture Forming

토의 주제와 맥락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단계이다. 예를 들어, 여러분 팀에서 'e-mail 업무 소통 효율화'라는 주제로 회의를 연다고 가정해보자. 이 주제와 관련해 우리는 어떤 이슈를 가지고 있을지 이야기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이슈가 있을 수 있다.


- 이메일로 공유해야 할 일을 SNS 메시지로 공유하는 경우가 있어 기타 잡담과 섞이게 된다

- 제목만 봐서는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 구구절절 너무 긴 이메일이 있는가 하면 맥락을 알기 어렵게 너무 간략한 이메일이 있다

- 메일을 확인한 후에 확인했다거나 어떻게 하겠다는 피드백이 없다.


이와 같이 회의 주제에 관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토의해야 하는 구체적인 상황이 무엇인지 전체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이 Picture Forming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큰 덩어리의 이야기는 따로 떼어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안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다음 단계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어렵게 된다.


2. Proposal Shaping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앞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는 단계이다. 제기된 문제 하나하나를 차례대로 다룰 수도 있지만, 복잡하지 않고 익숙한 주제라면 이슈 전체를 종합적으로 생각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도록 할 수 있다. 어떤 제안은 두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 업무적으로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일은 이메일 소통으로 통일하자

- 메일 제목에 말머리를 달고(말머리 규칙 필요), '안녕하세요 어느 팀 누구입니다'가 아닌 '~~ 건에 대한 ~~ 요청'등으로 구체적인 제목을 쓰자

- 메일을 피라미드형(메일 발송의 목적이 무엇인지 결론부터 밝힘)으로 쓰도록 하자

등의 제안이 나올 수 있다.


어떤 제안은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너무 다양한 제안이 나와서 몇 가지 내용으로 추리고 다듬어야 할 수도 있다. 추가 작업이 필요한 경우 상황에 따라 일시적인 토의 그룹을 즉석에서 만들어 수행하도록 하고, 결과를 발효한 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또한, 제안만 있으면 실천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할 것인지, 누구의 어떤 협조가 필요한지도 제안 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3. Consent Round


이제 공유한 제안 내용에 모두가 동의하는지 물어볼 차례다. 이때, 반드시 퍼실리테이터와 구성원들이 약속하고 숙지해야 하는 것이 있다. 'consent'의 정의다. '합의'라고 하면 '흔쾌히 동의하거나 최소한 반대는 하지 않음'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한 사람도 '반대'만 하지 않으면 합의를 공표해도 좋다.


조직 문화에 따라서는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반대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이유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로 인해 상하나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면 동시에 신호등 카드(빨강, 노랑, 초록으로 구성된 카드로 각각 반대, 결론에 따름, 동의의 의미로 해석함)를 들도록 하여 빨강 카드를 든 사람에게 그 이유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수 있다.


이런 경우, 반대하는 사람에게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거나 비난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반대의견이 있는지 묻는 것은 어디까지나 구성원 대다수가 놓치고 있는 관점이나 정보다 있는지를 철저하게 확인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의 이유로 반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조직 공동의 목표 달성이라는 관점에서 어떤 제안이 도움이 된다면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 동의하며 도움이 되지 않고 해가 된다면 그 이유를 들어 반대해야 한다.


제안 하나하나에 대해 Consent Round를 진행하고 모두 합의했다면 '합의됨(Consented)'라고 명시한 후 다음 제안에 대한 Consent Round를 진행하여 Group Memory를 명확하게 해주는 것도 퍼실리테이터가 이 단계에서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4. Decision Announcing

종종 회의에 대한 불만 이유로 순위 안에 드는 것이 바로 '결론 없는 회의'다. 회의는 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고 무슨 결론을 낸 것은 같으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일이 매우 많아 회의 참석자들로 하여금 회의에 대한 '회의'에 빠지게 한다.


'자,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고 이만 마칩시다'는 회의 리더의 말로 적절하지 않다. 회의 리더 즉, 퍼실리테이터는 어떤 결론에 이르렀는지 요약하고 공표함으로써 결론을 명확하게 하고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표할 내용이 하나 더 있다. 다음 회의가 언제인지 어떤 주제로 논의가 필요한지를 결정하고 공표하는 것이다.


위 4단계 회의 프로세스는 단순해 보이지만 대부분의 일상 업무회의를 포괄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각 단계 별로 숨겨진 세부 절차와 기법들이 있기 때문에 당신이 다양한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알고 있다면 각 단계를 수행함에 있어 더욱 유연하고 풍성하게 진행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아주 가벼운 주제로 한 번 해 보기를 권한다. 


노련하지 않더라도 친한 동료들과 이러쿵저러쿵 의논해 가며 진행하다 보면 그들도 회의의 주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



2021년 5월 17일

주현희

링크컨설팅 대표

국제인증 마스터 퍼실리테이터 CPF/Master of IAF

국제인증 소시오크라시 전문가 CSE of ISCB

《더 퍼실리테이션》 저자

《퍼실리테이터, 소통을 디자인하는 리더》 공저자

《소시오크라시, 자율경영 시대의 조직개발》 감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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