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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크컨설팅 May 25. 2021

퍼실리테이션으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을까?

회의의 기본부터 향상된 워크숍 스킬,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하고 싶은 많은 직장인들을 퍼실리테이션 교육을 통해 만나고 있습니다. 교육 시작 전 수집된 참가자들의 기대사항 중 단골 메뉴는 '설득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입니다. 즉,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스스로 돌아본 적이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설득당해왔는가' 하고 말이죠.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누군가에게 쉽게 설득당하십니까? 특히, 상대방이 나를 설득하자고 달려들 때 말이죠.

그럴 때, 아마 십중팔구 더욱 방어적으로  자기주장을 펼쳤을 것입니다. 급격히 이성을 잃어가며 마음도 꽁꽁 얼어붙었을 것이고요. 근거가 부족해서 설득당했더라도 패배감과 불쾌감 때문에 씩씩거리고 결국 마음속으로는 항복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답은 거기에 있습니다. 설득하려 하면 설득되지 않습니다. 어찌어찌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굴복시켰더라도 상대방은 여전히 내 편이 아닙니다. 


설득보다 중요한 것은, '정말 좋은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내 생각이 옳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인정할 때 가능합니다.

'마음을 열고 편견을 버리라'는 말을 우리는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전히 두 가지 숙제가 남습니다.


1. 마음을 열고 편견 없이 대화에 임하는 것에 대한 믿음의 문제

2. 믿더라도, 과연 그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실천의 문제


첫 번째 숙제는 비교적 쉽지만, 두 번째 숙제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제 3자가 아닌 이해당사자라면 더더욱 어려워지고, 사람은 누구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완전한 실천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위의 두 가지는 저에게도 여전히 숙제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첫 번째 숙제가 얼추 되고 난 후, 두 번째 숙제를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중립을 지키는 것 이상의, 퍼실리테이터 자신의 '감정 관리' 비결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상대를 설득하고 싶으신가요?

차가운 논리로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련되게 설득하고 싶으신가요?


설득의 첫걸음은 바로 '듣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설득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득하고 싶다면, 경청을 먼저 연마해야 합니다. 너무 흔한 얘기일까요? 그럼 이런 질문은 어떤가요?


'경청, 잘하십니까?'



위의 <뉴욕타임즈> 기사에서처럼 소통에 있어서 잘 듣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경청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잘 듣다 보면, 상대방의 말 안에 단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조직에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 나은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상대방과 소통을 하고 싶다면 지켜야 할 중요한 규칙이 있습니다. 나와 표현이 다르다고 해서 말을 자르거나, 네 말이 틀렸으니 내 말을 들으라고만 하지 말고, 서로 합치되는 내용을 찾아보는 것에서 출발해보면 어떨까요? 


퍼실리테이션은 집단 의사소통이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돕는 활동입니다. 그러할진대, 퍼실리테이션으로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모순이겠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렇게도 말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설득은 퍼실리테이션을 통해서!'라고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납득하고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서로가 서로에게 설득당하는 '설득 한마당', 그것이 바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사회의 진정한 퍼실리테이션의 장 아닐까요!



2021년 5월 25일

주현희

링크컨설팅 대표

국제인증 마스터 퍼실리테이터 CPF/Master of IAF

국제인증 소시오크라시 전문가 CSE of ISCB

《더 퍼실리테이션》 저자

《퍼실리테이터, 소통을 디자인하는 리더》 공저자

《소시오크라시, 자율경영 시대의 조직개발》 감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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