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부류의 CEO가 있다.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의 미션과 비전이 뚜렷하며 그 중요성을 잘 아는 CEO와 그렇지 않은 CEO. 지나친 생각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기업 경영에 있어 미션과 비전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션과 비전을 강조하는 리더에게 남은 두 가지 문제
미션과 비전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잘 아는 CEO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1) 그것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 그리고 (2) 전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CEO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할 것인가, 즉 어떻게 내재화할 것인가, 이 두 가지 문제가 남는다.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꿈을 꾸게 하는 것, CEO의 꿈과 목표를 효과적으로 알려주고 공감하게 하여 남의 꿈이 아니라 내 꿈으로 믿게 하는 것은 주입식 교육으로 창의력을 기대하기 어렵듯이 최고 경영자의 일방적인 훈화로 달성할 수 없는 것은 매우 당연할 일이 아닐까? 최고경영자의 꿈을 공유하는데서 더 나아가 구성원들과 경영자가 함께 꿈을 그리고 목표를 정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이 궁극적으로 세상에서 하려는 바, 사명이 미션이라면 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설정한 구체적인 목표가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미션과 비전은 수없이 부딪치는 어려운 판단에 길잡이가 된다. 구성원 모두가 미션과 비전을 공감하고 가슴에 담고 있다면 일일이 지시하고 지침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으며 목표를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생체 시계'를 내장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Facilitation for Mission & Vision Building
최근 들어 '스스로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인재'를 만들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직장 내 여유 있는 휴게 공간을 둠으로써 창의적인 일터를 구현하려 하거나 탄력 근무제를 도입하기도 한다. 호칭에 직급을 숨기기도 하고 직원 하나하나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스스로 의사 결정할 수 있도록 Facilitation을 도입하기도 한다.
Facilitation은 주로 GE의 Work-out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워크숍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열띤 참여 속에서 조직의 미래를 그리는 미션/비전 수립 및 내재화 워크숍에도 큰 힘을 발휘한다. 회사가 하는 일의 본질을 진지하게 들여다 보고 어디로 나아갈지 열띠게 토론하고 함께 방향을 정해 가는 과정은 그 자체가 가슴 벅찬 경험이며 워크숍이 끝난 후엔 각자의 마음에 추진 동력으로 남게 된다.
국내 대기업인 L 기업의 경우 주요 임직원들이 함께 최근 급성장세에 부응하는 미션과 비전을 새로 수립하였다. 그다음에는 전사적 미션, 비전과 발걸음을 같이 하는 계열사별 미션과 비전을 수립하고 이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다른 구성원들과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내재화 작업을 수행 중이다. 일선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경험과 바람이 담겨 있기에 생생하고 구체적이며, 최고 경영자도 놀랄만큼 도전적인 목표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보통, 미션은 회사의 탄생과 함께 정해지게 된다. 비록 명확한 미션문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해도 말이다. 따라서 대부분 기업의 경우 다소 모호하거나 어느 회사에도 적용될 만한 모호한 미션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다듬는 작업을 수행하고 그 미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비전 수립 워크숍에 주요 조직원들을 최대한 참여시켜 Facilitation과정으로 수행하게 된다.
미션과 비전을 찾아가는 세 단계
이 과정에서 퍼실리테이터는 주로 세 단계로 참석자들이 스스로 비전을 찾는 데 도움을 주게 되는데, 처음에는 기업과 시장을 둘러싼 흐름, Mega-trend를 해석하는 것으로 시야를 넓고 멀리 하여 현재 회사가 서 있는 위치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감을 잡는 단계이다. 분석한 외부 동향 중에 주요하게 회사에 영향을 미치는 동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이 함축한 의미를 해석한다.
둘째는 이를 바탕으로 비전을 수립하고 비전 선언문을 완성하는 단계다. 비전은 그것을 보는 구성원들의 가슴이 뛰도록 생생하고 구체적이며 도전적이어야 한다. 어느 회사의 비전이라 해도 무방하게 모호하거나 보편적인 표현으로는 구성원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없다. 퍼실리테이터는 이렇게 쉽고 즐거우며 살아있는 비전을 찾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돕는다.
마지막으로 비전 달성을 위한 Action Plan을 수립해야 한다. 당장 다음 주, 다음 달, 올 해안에 누가 어떤 일부터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협의하고 결론을 내린다면 비전이 달성될 때까지의 지도를 갖게 되는 셈이다. 비전이 1:100,000의 소축적 지도였다면 Action Plan은 1:25,000의 훨씬 상세한 대축적 지도인 셈이다. 어느 누구도 길을 잃지 않고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올 것이다.
내 꿈이 아닌 다른 사람의 꿈을 위해 단지 월급을 받는다는 이유로 헌신할 것을 기대하는 것도 강요하는 것도 별로 현명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함께 꿈꾸고 그 꿈이 실현되었을 때 모습을 생생하게 같이 그려보는 과정에서 구성원 스스로도 회사의 비전 속에서 자신의 비전을 찾을 수 있다면 과연, 좋지 아니한가!
2021년 5월 10일
주현희
링크컨설팅 대표
국제인증 마스터 퍼실리테이터 CPF/Master of IAF
국제인증 소시오크라시 전문가 CSE of ISCB
《더 퍼실리테이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