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 브로드웨이 공연 싸게 보는 여러 가지 방법

뉴욕 여행, 미리 공부를 합시다.

by 여행하듯 살고
할인

도둑놈의 심보인가
합리적인 소망인가
너희들의 유혹인가
우리들의 바람인가
더는 없을 기쁨인가

할인받아
기회 얻고
웃음 얻고
재미 얻고
사색 얻고

소유 위해 낭비하고
나의 존재 확인하고
너의 존재 확신하고
비움 위해 채움하고
오늘 할인 내일 텅장


브로드웨이 뮤지컬 Maybe Happy Ending을 세금까지 다 해서 $51에 봤다. 토니상 6관왕을 받은 지 한 달 후, 2025년 7월 이야기다. 요즘 이 뮤지컬이 얼마나 핫 한 줄 알고 있다면, 당일날 그 가격에 표를 구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거다. 물론 좋은 자리는 아니었다. 2층 왼쪽 발코니석. 공연 3분 전에 티켓팅을 했고, 시야가 조금 아쉬웠지만 공연을 잘 감상하기에는 충분했다.

공연 직전에 표를 싸게 구할 수 있을까 하고 어제처럼 공연 시작 15분 전에 도착했다. 이제 곧 입장하려고 길게 늘어선 줄을 보아하니, 오늘도 표를 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아직 오늘 낮 공연과 밤 공연의 기회가 남았다. 포기할 수 없다.


이 극장의 박스오피스에 직접 물어보고 싶은데, 건물 밖에서는 보이지가 않는다. 극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곳은 완전히 가드가 막고 서 있고, 사람들을 줄을 길게 늘어섰다. 표가 있어야지만 들어갈 수가 있다고 한다. 어젯밤에 다른 극장 뮤지컬의 스탠딩표를 구한 것처럼 여기도 스탠딩 표가 있을 텐데, 온라인으로는 안 판다. 박스오피스에 접근도 못하면 어쩌란 말인가.


앞을 막고 있는 가드에게 간절히 말했다. 스탠딩 표가 있는지 궁금한데, 내가 박스오피스 가서 물어봐도 될까? 물어보니, 이 줄이 끝나고 2시 공연이 시작하면 들여보내 줄 수 있단다. 아- 만약에 표가 있다면 공연 시작 전에 들어가고 싶은데. 말 잘 듣는 강아지가 주인옆을 지키듯이, 그 가드 옆에 서서 얌전히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구글에 broadway shows nyc discount로 검색해 보니 표를 파는 사이트가 아주 많다. 그중 2개에서는 솔드아웃으로 뜨고, 아직 표가 3개 정도 있는 곳도 있다. 그래, 아직 있는 거야! 1시 50분이 넘었다. 1:51.. 1:52... 10분도 채 남지 않으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시 한번 가드한테 내가 조금 빨리 들어가면 안 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친절한 가드는 자기가 직접 들어가서 곧 시작하는 공연의 표가 있는지 물어봐 준다고 들어갔다.


몇 분 있다 나와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솔드 아웃이라고 전하며 미안해한다. 친절한 가드 덕분에 표가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아주 잠시지만. 그래서 다시 아까 그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니 아직 표가 있다. 그 사이트에서 홀드 한 표일까?


StubHub. 이상한 사이트 아닌지... 여기 안전한 거야? 심지어 남아있는 표 중에 가장 싼 건 진짜 싸다,$39.60. 그래서 또 스캠인지 의심해 보게 된다. 스텁허브, 들어 본 거 같기는 한데. 1시 56분을 지난다. 저녁 스탠딩 석이라도 있는지 궁금했지만, 에라 모르겠다 이거 놓치면 오늘 저녁 공연까지 못 볼 거 같다. 사보자.

왼. 남자 주인공 대런 크리스가 8월 말까지 연기하고 타 배우로 대체된다. 그래서 가격이 이렇게 까지 올랐을까? 오. 내가 구입한 저렴한 표.


티켓은 39.6불+세금 11.46불, 전부 51불. 발코니 E23 자리를 받았다. 1시 57분. 표가 이메일로 온다는데.. access code를 복사해서 넣으니 즉시 큐알코드가 날아왔고, 난 그걸 들고 당당하게 그 행렬에 합세했다. 진짜 맞아 맞아? 혹시 가짜표라고 못 들어가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스텁허브는 유명한 곳이란다. 남편이 야구표 살 때도 가끔 이용하는 곳이었다. 남편이 다 알아서 하니까 내가 몰랐던 것 일뿐. 그 사이트에서는 개인이 산 표를 합법적으로 되팔 수 있다고 한다. 누군가 급한 사정이 생겨서 못 오게 된 것 같고, 그걸 내가 산 것이다. 들어갈 때 보니 스탠딩 석까지 꽉 찼다. 매진이라는 박스오피스의 말은 틀림없었다. 완전 막판에 싸게 표를 구했다. 잘했다!


Maybe Happy Ending 브로드웨이판의 리뷰가 궁금하다면 지난 글을 추천합니다.

https://brunch.co.kr/@like-a-traveler/58



괜한 고집이 생겼다. 브로드웨이 티켓은 제 값 주고 사면 손해인 것 같아서, 어떤 방식으로든 할인을 받아야지만 사는 고집. 가끔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바로 공연 티켓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가장 좋은 자리를 고민 없이 원하는 시간에 고민 없이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런 삶은 어떤 것일까? 보통 사람들 보다는 걱정을 덜 하면서 살까? 확실한 건,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다는 거다.


아무튼, 아직은 그만한 부가 없고, 평생 없을지도 모르지만, 브로드웨이 공연만큼은 매일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일단 집이 여기서 아주 머니까, 어쩌다 가게 되었을 때는 최대한 많이 보는 게 목표다. 그렇다면 한 공연당 돈을 많이 들일 수 없다. 공연에 돈을 많이 주느니 비행기를 한번 더 타겠다는 마음이 크다.


그러면 공연을 보지 말라고? 그건 안 된다. 너무 보고 싶다. 원하면 잠시 멈추었다 다시 볼 수 있는 영상 말고, 눈앞에 진짜 사람이 숨 쉬며 눈 반짝이며 노래하는 공연은 흉내 낼 수 없는 무엇이 존재한다. 그 현장 분위기를 통해서 여태껏 내 안에 있는 줄 몰랐던 어떤 큰 힘이 살아나는 것 같은 경험을 한다.




그런 고집이 생기게 된 계기는 이렇다. 예전에 엄마랑 둘이 뉴욕 여행을 한 적이 있다. 2017년 11월. 브로드웨이에서 '미스 사이공'을 시작 10분 남겨 놓고 거의 8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표를 구한 적이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처음 본 것이고, 러시 티켓 같은 개념이 나에겐 없을 때다.


시야 가리는 곳 하나 없이, 배우들 반짝이는 눈동자, 땀방울까지 보이는 그런 자리였다. 마침 그 배우가 그해 토니상 여자 주연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만큼 노래도 연기도 잘했으니, 실로 엄청난 공연이었고 그 이후에 공연이라는 것에 더 빠져 들었다.


미스 사이공은 전날 공연을 예매할까 하다가 온라인 수수료가 비싸서 현장 구매를 해야지 마음먹었다. 제일 싼 자리도 수수료에 세금까지 하면 자리당 80불은 넘었다. 뉴욕에서 유명한 곳도 아직 다 못 들러봤는데 여행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될지도 몰라 예약은 포기했다. 아침 댓바람부터 여행을 해서 저녁 6시에는 이미 녹초가 되었다. 전날 예약하려 했던 뮤지컬을 볼 힘 따위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냥 호텔로 들어가기로 하고 걸어가는데, 마침 딱 그 극장을 지난다. 6시 40분 무렵, 매표소를 지나치려니, 그냥 물어나 보고 싶었다. 수수료를 뺀 현장 구매가는 얼마일까? 오늘 공연 표가 있냐고 물으니, 곧 시작하기 때문에 할인을 해준다고 한다. 둘이 해도 백 불이 안되는데, 여기는 브로드웨이다. 그 가격이라면 보는 게 돈 버는 것 같았다. 갑자기 힘이 솟는다. 그렇게 극장 앞을 지나치려다, 곧장 공연을 보러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 자리는 무대와 아주 가깝지만, 시야는 전혀 가리지 않는 곳이었다. 설렌다. 서울에서 봤던 공연이랑은 어떻게 다를까? 대학로 소극장들과, 예술의 전당, LG아트 센터 공연들이랑은 어떻게 다를까?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혼자 와서 우리 옆자리에 안고는 묻는다.


"넌 그 티켓얼마 주고 샀어?"

“40불 정도?”

"그랬구나. 난 32불."


바로 옆자린데 몇 분 뒤에 샀다고 가격이 또 떨어졌나?

괜한 경쟁심이 일었다.

나의 승부욕을 제대로 건드렸다.

여자는 뉴요커로 자주 그런 티켓을 노려 좋은 공연을 저렴한 가격에 즐기는 듯했다. 아, 이런 뉴요커의 삶이란. 부러울 따름이다. 고오급 정보를 습득한 듯하여, 단지 할인받은 것 이상의 수확이었다.


공연을 보는데 말 그대로 진짜 소름이 돋았다. 노래를, 연기를 정말 잘하는구나. 강한 미국인에 붙어살아보려는 동양인. 내 아이만큼은 누구보다 잘 키워보겠다는 울부짖음이 내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져 눈물이 떨어진다.


여섯 살, 네 살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와서는, 지금 아이들도 보고 싶은데… 저 노래가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내 이야기 같아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마 그 감동은 배우들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자리에서, 적은 돈을 내고 봤다는 이유로 더 진하게 남은 거 같다.




200불을 훌쩍 넘길 그런 티켓을 40불 정도 주고 구한 그 귀한 경험 후에는, 공연 표를 제값 주고 사는 일이 나에게는 금지였다. 위키드도, 라이온킹도, 어쩌면 해피엔딩표를 못 구해서 갑자기 보게 된 뮤지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까지 모두 할인을 받았다. 아이들이랑 해리포터 연극을 볼 때는 어쩔 수 없이 제 값으로 예매하기는 했다. 그날 어김없이 꼭 봐야 했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해피엔딩까지. 할인 티켓은 조금 노력하면 구할 수 있다.


대신 스케줄에 여유가 있고, 갑자기 계획이 변경되는 것에 별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당일 러시 티켓이나 스탠딩 티켓은 미리 예약이 불가능하니까 뉴욕여행하는 동안 몇 번을 오가며 체크하는 것도 좋다.


2018년. 미스사이공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다음 해 아이들과 함께 갔을 때 한참 인기 많은 <위키드> 할인표 구하기에 돌입했다. 한번 해봤다고 남편에게 아는 체를 하며 따라오랬다. 현장구매 할인이 있나 낮에 먼저 지나가다 들러 봤는데, 여긴 많이 다르다. 응모를 한 후 추첨을 해서 오늘 공연의 할인티켓을 주겠다는 거다. 삼십 명쯤 모여있는데 열명 넘게 주는 것 같다.


우리 가족 넷 중에 둘이 당첨 됐다. 그래서 둘은 아주 좋은 자리에서 할인받아서 보고, 둘은 제일 싼 자리 저 뒤에 서 봤다. 딸이 7살 때인데 위키드의 배경이 된 오즈의 마법사를 많이 좋아했었다.


원본 책을 열 번 넘게 읽고는 만화도 보고 첫 칼라영화로 만들어진 1939년의 오즈의 마법사 영화도 보고 심지어 캔자스의 오즈의 마법사 박물관에도 가본 적이 있는 OZ 덕후다.


그래서 남편과 딸에게 좋은 자리 양보하고, 아들이랑 나는 저~~~ 뒤에서 봤다. 아무래도 5살짜리 보단 7살짜리가 좀 더 잘 기억할 것 같아서 이다.

요즘은 온라인 추첨도 많다지만, 위키드 극장 앞에서 직접 종이를 손에 들고 당첨을 기다리던 순간이 여행을 더 설레게 했다.

아이들이 어려서 뭐 남겠나 싶다가도 나는 남는다고 믿는다. 내 어릴 적, 초등학교 3학년 때 뮤지컬 <쏠티와 함께>를 처음 봤을 때 충격을 생각하면 큰 임팩트가 새겨지고도 남지. 작은 중소도시에서 영화 외엔 이렇다 할 문화 혜택을 보지 못했던 때인데, 어쩌다 어린이 뮤지컬을 볼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그 기억은 문신이 새겨진 것처럼 내 기억에 또렸하다. 또래아이들이 무대에서 뛰놀며 노래하는데 정말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자유로워 보일 수가 없다. 그런데 그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깜깜한 관중석에 앉아 있었지만 나도 함께 날아다녔다. 진심으로. 이런 강렬한 기억은 얼핏 볼 때 잊은 것 같더라도, 세포에 다 새겨진다고 믿는다.


평소에 모든 걸 잘 잊고 사는 성격이라 편한 게 있다. 그런데 어릴 때 공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줄 알았다가, 이 글을 쓰다가 쏠티와 함께가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한 구석에 저장되어 있던 그 장면들과 함께, 그때 느꼈던 감각들이 순식간에 살아난다. 돌판에 새겨진 말씀처럼 내 세포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었나 보다.


관객이 이런데, 뮤지컬 배우들은 정말 신날 것 같다. 매 공연 자신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다시 본인에게 연료가 되어 인생이 정말 신나지 않을까?




2023년 7월.

지난번에 아이들이랑 같이 왔을 땐, 해리포터와 커스트 차일드 연극을 보았다. 그때는 그날 그 시간에 꼭 봐야 해서 할인받지 못하고 그냥 제값 주고 봤다. 아-오점이다. 미리 좀 알아보고, 러시 티켓이랑 온라인 추첨 같은 걸 했으면 할인 많이 받았을 텐데. 할인받은 돈도 돈이 지만, 얼마나 할인받았나를 달성하는 게임 같기도 해서, 그 기회를 놓친 게 아쉽다. 그 게임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걸 놓치다니


Harry Potter and the Cursed Child는 해리포터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극이다. 해리포터의 아들과 트레이코 말포이 아들이 펼쳐 나가는 이야기인데 해리포터 덕후들이라면 꼭 봐야 한다. 물론 해리포터의 내용을 다 알고 있어야 이 연극의 내용을 잘 따라갈 수 있을 듯하다. 다이내믹한 무대가 인상적이 있고, 연극이지만 절대로 정적이지 않았다.


2023년. 7월

아이들과 해리포터 연극을 본 다음날 저녁에도 시간이 좀 남았다. 브로드웨이에 자주 오지도 못하는데 이 시간을 그냥 보내기는 너무 아쉬웠다. 이미 공연에 할당한 예산은 다 집행된 상태라, 식비 지출을 줄여서라도 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뮤지컬을 하나 더 보러 갔다. 러시티켓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예전에 아이들이 3살 5살 때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이 우리가 사는 곳에서 공연을 해서 봤었지만, 뉴욕에서 마지막날 밤 공연을 하나 더 보고 싶었다. 확실히 무대와 공간이 주는 다른 힘이 있다. 좋은 선택이었다. 라이온킹 공연 시작 직후에 들어갔는데도 러시티켓 할인율이 크지는 않았다. 할인해도 백 불 가까이하는 공연이었지만 명성에 걸맞은 라이온킹 잘 봤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클래식이다. 뭐 할인율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할인을 받기 했다.


2025년 7월

처음으로 스탠딩 석에 서서 뮤지컬을 봤다. 화요일 저녁 어쩌다 해피엔딩표를 못 구했는데, 그 시간엔 별로 할만한 것도 없고 공연을 못 본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당장 인터넷으로 브로드 웨이 공연들을 한번 쭉- 흩어보고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뮤지컬을 보겠다 마음먹었다.


리뷰가 좋고, 올해 토니상 5관왕을 석권했다고 한다. 망설임 없이 그 극장으로 후다닥 가서 표 있냐고 하니까 $49에 스탠딩 석 티켓을 준다. 새로운 경험이라 신난다.

재미있는 건, 스탠딩도 자리가 정해져 있다. 티켓에 적힌 대로 102번 자리로 갔는데 누가 내 자리에 서 있길래 직원한테 이야기하니까, 그쪽의 표를 확인하더니 몇 발짝 옆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아침 러닝에 하루 종일 걸어서 다리가 아팠지만 화려한 공연에 정신을 빼앗겨 시간이 금방 지났다. 배우들이 노래를 진짜 잘하고 피아니스트도 전 세계 탑 급인 것 같다. 원래 뮤지컬 배우들이 다 노래를 잘하지만, 특히 가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이라 차원이 달랐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다른 뮤지컬보다 먼저 이걸 보라고 추천한다.


그다음 날 메이비 해피엔딩을 2층 발코니석, 시야가 약간 제한되는 곳에서 봤다. 그 자리보다는 아까 올라오다 확인한 스탠딩석이 훨씬 나은 것 같다. 무대랑 더 가깝고, 앞사람 머리에 가려 신경 쓰이는 것도 없다. 다만 두 시간 정도 거뜬히 서 있을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스탠딩 석은 모든 좌석이 판매된 후에야 판매를 시작한다고 한다.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은 나에게 사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치는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주 먼 옛날에는 귀족들이나 즐길 수 있었던 공연을 나 같은 서민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면서. 그 공연 시간에는 말 그대로 딴 세상에 잠시 살다 오게 되는데,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경험하게 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풍부하다. 다른 에너지를 몸에 담게 된다.


아프리카 어떤 부족들은 부를 과시하는 방법으로 일 년에 한 번씩 본인의 가축이나 귀한 물건을 태워 없애는 거대한 행사를 한다고 했다. 어느 교과서에서 봤던가? 기억이 가물 하긴 한데 그걸 읽을 당시에 남은 기억은 하도 강렬해서, 그 내용 자체는 사실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다. 사람의 과시욕을 어찌할까. 그 부족들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있을 테고, 본인에게 필요가 없으면 그걸 태우지 않고 나누어 줄수도 있을 텐데.


그 행위의 본질은 그 물건은 본인에게서 없애는 게 아니라, 쿨하게 사람들 앞에서 태워버리는 것에 있다. 허세. 그런 허세를 통해 부를 과시하는 인간 본성. 나에게도 없진 않은 것 같다. 뭐 허세가 별거 있나. 좀 크다 작다의 차이디 뿐이다. 읽지도 않을 책 손에 들고 다니며 이미지 만드는 것도 허세인 아닌가. 이런 공연이나 문학 같은 것에 관심 가지는 나 스스로를 볼 때, 허세인가?라고 생각해 본 적도 있다. 괜한 자기 검열.


그런데 공연장에 앉아서 내 피부에 닿는 느낌을 감정을 누리는 게 단지 "있어 보이는 척"을 하기 위함 이상인 걸 확신한다. 그렇게까지 공연 봐야 하나, 그냥 뉴욕 가서 맛집이나 찾아가는 게 더 의미 있지 않겠냐고 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는, 이런 공연 한번 보고 난 뒤 생겨난 감동이 몇 개월동안 강렬하게 남는다. 반면에 좋은 좋은 음식은 순간만 좋았지 며칠 후면 기억도 잘 못한다.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에 박스오피스를 처음으로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스탠딩석은 어떻게 구하나 궁금해서 물어봤다. 친절한 직원이 답해준다. 새벽 6시부터 줄을 서야 한단다. 박스오피스는 10시에 여는데, 오늘도 새벽 6시부터 줄을 서서 티켓을 사갔다고 한다. 아...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 내가 그 새벽에 줄을 서러 나왔을까? 어제 소셜 클럽 뮤지컬 스탠딩 표는 공연 시작하고도 남아 있었는데, Maybe Happy Ending이 요즘 핫하기는 하구나.


Maybe Happy Ending 공식 홈페이지의 티켓 할인 정보. 온라인 추첨 러시 티켓이 있고, 당일 현장 할인 선착순 러시 티켓과 스탠딩 티켓에 대한 정보가 자세히 나와있다.


내가 이렇게 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또 알고 있는 사람이 있나 검색을 해보니. 아뿔싸, 더 질 좋은 정보가 넘쳐난다. 러시티켓은 극장마다 판매 시작 시간이 다르고,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온라인으로도 판매한단다. 그리고 추첨해서 할인해 주는 것도 온라인으로 하는 극장이 있다고 한다.


구글이나 유튜브에서 '브로드웨이 공연 티켓 할인"을 검색하면 정보가 넘쳐난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한다. 내가 앞에서 이야기했던 방법들은 정보 제공 이라기보다는 경험 공유가 정도가 되겠다. 나도 저 정보를 알고 갔으면 더 좋았을 걸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내가 이 글에서 전해주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하면 브로드웨이에서 표를 가장 싸게 구할 수 있나 보다는, 티켓을 할인받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당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꼭 도전해 보라는 "자극"을 주고 싶다. 그럼, 당신만의 경험이 여행을 더 즐겁고 풍성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keyword
이전 07화7. 브로드웨이에서, 어쩌면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