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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Dec 18. 2023

인연 참,

친구야 사이좋게 지내자

Pixabay로부터 입수된 LUM3N님의 이미지 입니다.




고교시절 단짝 친구 둘이 있다. 같이 방송반 활동하던 친구들인데 고등학교 졸업 후엔 거의 만나지 못했다. 서로 다른 인연을 만나고, 각자에게 주어진 또 다른 공동체가 생기고, 그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니 시간 내서 만날 엄두가 나질 않았다. 매일 지겹도록 보던 사이였는데 생존만 겨우 확인할 정도로 몇 년에 한 번씩 겨우 연락하는 사이가 됐다.


친구 K는 나와 같이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 나는 꿈이 라디오작가였는데 그 친구는 그때부터 방송작가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작가로는 돈을 벌 수 없을 것 같던 나는 꿈을 포기하고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그 친구는 결국 방송작가가 됐다. 막내 작가였을 때 만나고 지금껏 한 번도 못 만나다가 최근 친구 A의 암투병 소식에 연락이 닿았다. A가 서울 오는 2월, 셋이 만나기로 약속했다.


K는 우리가 못 만난 사이 어엿한 메인작가가 된듯하고 책도 몇 권 출간했다. 친구인데 언니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질투나 부러움이 아니다. 그저 꿈을 이룬 친구가 멋있고 그 과정이 얼마나 순탄치 않았을까 생각하니 참 애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시간을 거쳐 진짜 어른이 된 친구를 마주한 기분이랄까. 나도 뒤늦게 문예창작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더니 반가워했다. 그렇게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며 게시물로 친구의 안부를 확인하며 지내던 중 세상 참 좁다는 걸 실감했다.


얼마 전 회사로 공문이 도착했다. EBS에서 보낸 방송 협조 요청 공문이었다. 사진 자료가 필요한 데 쓸 수 있냐는 거였다. 나는 담당자가 아니었기에 알아서 처리하겠지 하고 관심을 껐다. 사실 아예 관심을 끈 건 아니었다. 사무국 부장님께서 통화하실 때 내용을 들으니 협조가 급해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사장님과 관련 담당자분 모두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기에 빨리 처리되지 않고 미적거릴까 봐 신경 쓰였다. 그리 애사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느릿느릿한 일처리로 회사 이미지 나빠지는 것이 싫었기에 신속히 처리되었으면 하고 속으로 혼자 생각했었다.


아무튼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공문 건도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잊힐 때쯤이었다. 친구의 인스타그램에 새 글이 하나 올라왔다. 얼마 전 EBS 공문에서 봤던 프로그램 제목이 적혀 있었고 많이 시청해 달라는 글이었다. 세상 참 좁다. 어떻게 그 많은 회사 중에 우리 회사에, 친구에게 필요한 자료가 있었을까. 신기해서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_ 얼마 전 00으로 공문 보냈지?

_ 그거 나 아니고 후배 작가야.

_ 나 그 회사 다녀.

_ 와 정말? 진짜 신기하다.

_ 협조는 잘 됐어?

_ 응 잘 됨. 어떻게 같은 서울 아래!! 얼굴 좀 보자.

_그래. 알았어. 바쁠 텐데 수고하고.(바쁠 것 같아서 얼른 마무리해주고 싶었다)

_오키. 일단 내가 밤샘을 해서, 만나서 오랜 회포를 풀자.


역시, 그때도 밤낮 바뀌어 살더니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구나. 인연 참,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만날까. 그것도 서로 다시 연락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에. 이렇게 때마침.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협조 잘해줬다니 앞으로 나를 잘 부탁한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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