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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Aug 29. 2022

아이 미스 유



그리워를 영어로 말하면, 아이 미스 유, 라지. 내 존재에서 당신이 빠져 있다. 그래서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 그런 의미라지.

_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26p     


아이 미스 유. 페이지를 꽤 넘겼는데도 내 마음은 저기 저 문장에 머물렀다. 얼마 전 들었던 외할아버지의 소식 때문이겠지. 마지막 인사를 하라는. 요양병원에 계시던 외할아버지가 식사를 잘하지 못하셔서 한동안 뉴케어라는 음료를 보내드렸었는데. “은희야, 자꾸 이리 비싼 걸 사줘서 우짜노”하던 비싸지 않은 음료. 오늘 그 주문목록을 보는데도 심장이 덜컥. 주저앉았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외가. 내 다리 한쪽만 한 외할아버지의 슬리퍼를 신고 마당을 돌아다녔었는데. “외할아버지 딴 거 보면 안 돼요?” 딴것도 다 재미없다는 외할아버지 옆에 누워 쌜죽거리며 재미없는 6시 내고향을 함께 봤었는데. 그때 그 젊던, 엄마의 아빠이던, 나의 외할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

2022년 5월 8일. 그날이 외할아버지와 마지막 통화였다. 한 번 더 전화할걸. 한 번 더.


“은희야, 서울에서 혼자 안 외롭나.”

“네, 할아버지 저 안 외로워요.”

“그래, 엄마캉 이모캉 오늘 거제도 집 좀 들여다본다고 간다 카더라.”


거제도 집.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살던 어릴 적 나의 고향. 일곱 식구가 복닥거리며 살던 그 집엔 이제 아무도 없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10년 넘게 가보지 못한 곳. 나의 그리운 외가.


“할아버지, 집에 안 가고 싶어요?”

“집에… 가고 싶다…."


목구멍부터 광대뼈, 눈까지 순식간에, 정말 순식간에 눈물이 뜨겁게, 아주 뜨겁게 솟구쳐올랐다. 입술을 꽉 깨물고 간신히, 아주 간신히 눈물을 참았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 엄마에게 전화 걸어 엉엉 울었다. 엄마도 울고, 옆에 있던 이모도 울었다. 엉엉.

    

그리워를 영어로 말하면, 아이 미스 유, 라지. 내 존재에서 당신이 빠져 있다. 그래서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 그런 의미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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