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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Apr 03. 2024

사투리 사투리 사투리 사투리 사투리 사냥을 나간다

경상도 <Satoori 사전>을 시작하며

경상도 사투리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처음 서울 왔을 때 왜 경상도 사투리만 이렇게 티가 나서 친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걸까 싶었다. 친구들이 놀리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분명 서울말을 쓰는데도 "야, 너 지금 그거 사투리지?" 할 때마다 스무 살의 나는 조금 창피했다. "넌 왜 사투리 안 써?"라고 할 때 "나 고등학교 때 방송반 아나운서라서 서울말로 방송했었어."라고 했지만 그렇게 말하고서도 조금 민망했다. 마치 부모를 부끄러워하는 자식이 된 것처럼 아무튼 그런 기분이었다.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등 다른 지역은 서울과 억양이 거의 비슷하다. 서울 사람들이 들으면 "아닌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경상도 사람인 내가 봤을 땐 경상도 빼곤 모든 지역의 억양이 거의 비슷해서 그들이(경상도 사람 제외) 마음먹고 서울말을 한다면 서울 사람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경상도 사람은 아무리 서울에 오래 살고, 오래 서울말을 사용했어도 이상하게 억양에서 티가 난다. 아주 미묘하더라도 말이다.


이십 대엔 사투리 쓰는 게 부끄러웠다. 억양이 너무 촌스럽게 느껴졌다. 대학 친구들 중에 아무렇지 않게 사투리 쓰는 애들이 있었는데 그게 참 웃기고 멋있어 보였으면서도 나는 죽어도 사투리를 쓰기 싫었다. 같은 경상도 친구끼리 대화할 때 내 자아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는데 나는 서울말로 친구는 경상도말로 대화하니까 매번 갈등과 혼란을 겪어야 했다. 아무튼 이십 대엔 그랬었다.


그로부터 계속 서울살이를 하면서 경상도 말보단 서울말이 편하고 익숙해졌다. 가족이나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날 땐 경상도 억양을 쓴다. 그런데 이게 참 힘들다. 경상도 억양을 이제는 의지를 갖고(?) 노력해야 할 정도로 서울말이 편해진 것이다. 친구와 한참 경상도 억양으로 대화하다가도 음식을 주문하거나 할 땐 자연스레 서울말을 하게 된다.


최근 정말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한 달 전에 엄마랑 같이 모 교회(어릴 때 다니던 교회)에서 수요예배를 드리는 데 주기도문과 성경 봉독을 전부 경상도 억양으로 하는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게 너무 낯설게 들리는 거였다. 더 희한한 건 아무리 경상도 억양으로 주기도문과 성경 봉독을 해보려 해도 와, 절대 안 되는 거다. '아, 이제 대화는 경상도 억양이 가능해도 소리 내어 읽는 억양은 안되는구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무튼 경상도 사투리가 촌스럽게 느껴졌던 사(투리)춘기 시절을 지나 지금은 경상도 사투리가 너무 재밌다. 귀엽고 웃기다. 무엇보다 사랑스럽다. 지금은 사투리를 많이 까먹긴 했지만 언젠가는 사투리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제 때가 된 듯하다. 


이 매거진을 만들기 전에 인터넷에 나와 있는 사투리 모의고사를 치고 왔는데 72점인가 그랬다. 에게? 꼴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경상도 여자다. 나를 믿어라. 내가 모르는 사이 점점 진화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예문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은 일상생활에서 그렇게 자주 쓰이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경상도 사투리오! 라고 티 내려다보니 더 요상 찬란하게 덧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사투리는 어쨌든 조금 부자연스럽다. 특히 드라마에서 서울 사람들이 경상도 사람을 연기할 때가 그렇다.


어쨌든 이 매거진을 시작하면서 고민인 건 경상도 사투리는 억양과 뉘앙스로 알아듣는 말인데 이 매력적인 사투리를 어떻게 텍스트로만 표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짜든둥 해보겠다. 내가 가진 모든 재능을 동원해서.





<Satoori 사전>은 경상도 사투리에 관한 매거진입니다. 서울에 사는 경상도 여자가 전하는 사투리억양론, 사투리뉘앙스론, 사투리 단어 등등을 쉽고 재미있게 톺아봅니다. 가, 가가, 가가가와 어, 어어, 어어어와 같은 경상도 사람들만 아는 텍스트의 의미를 알려드립니다. 경상도 사투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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