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달시리, 허덜시리, 벨시리
우선 오늘의 '시리'는 당신의 목소리만으로도 손쉽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고, 앱을 사용하고, 여러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개인정보 보호에 진심인 스마트한 개인비서 'Siri'를 말하는 게 아니다.(Apple 제공)
제목에 낚여 클릭하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결단코 제목으로 낚을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Siri를 내 일상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들어왔다면 이왕 들어오신 김에 읽어주시면 '허덜시리' 감사하겠다.
오늘의 첫 시리가 등장했다. '허덜시리'다. 허덜시리는 '엄청나게'라는 뜻의 부사이다. '굉장히'라는 뜻의 '억수로'와 같이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알다시피 억수로는 흔하게 알려진 표현이기에 왕초보 단계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억수로 대신 허덜시리를 사용한다면 어디 가서 경상도 사투리 좀 아는구나 뽐낼 수 있다.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온다."를 "비가 허덜시리 온다."로 사용하면 되겠다.
두 번째 시리는 '짜달시리'다. '별로', '그다지', '별볼일없다'는 뜻으로 사용할 수 있다. 주로 부정문에 쓰인다. 예를 들어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에 갔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고 치자. 그럴때 "짜달시리 맛도 없구만 무슨 맛집이고." 라고 사용하면 된다. '짜달시리' 자리에 '벨시리'를 넣어도 문제없다. "벨시리 맛도 없구만." 가능하다. "벨시리 예쁜 줄 모르겠드만." "벨시리 잘생긴 줄 모르겠드만." 다양하게 변주 가능하다.
<Satoori 사전>을 시작하면서 언급했지만, 경상도 사투리는 억양과 뉘앙스가 중요하다. 억양과 뉘앙스라는 것은 사람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렇게 써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 놓은 언어 규범이 아니기에 언제, 어디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딱딱 들어맞지가 않는다. 처음엔 헷갈리고 어려울 것이다. 알다시피 언어를 마스터한다는 것이 어디 보통 힘든 일인가.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려면 다양한 그리고 특유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니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경상도 사투리 '짜달시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Satoori 사전>은 경상도 사투리에 관한 매거진입니다. 서울에 사는 경상도 여자가 전하는 사투리억양론, 사투리뉘앙스론, 사투리 단어 등등을 쉽고 재미있게 톺아봅니다. 가, 가가, 가가가와 어, 어어, 어어어와 같은 경상도 사람들만 아는 텍스트의 의미를 알려드립니다. 경상도 사투리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