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으니 Apr 05. 2024

애비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뜻이 아니다

"애비다? 이건 나도 알지. '내가 니 애비다' 할 때 애비. 아버지를 낮춰 부르는 말이잖아."


그 말도 맞다. 주로 어르신들이 애비야, 애미야 하고 부를 때 쓴다. 하지만 아버지라는 뜻이라고 나이 어린 사람들이 쓰는 건 안 된다. 본인의 격을 떨어트리는 일이 된다. 아마 인터넷상에서 욕하거나 빈정대거나 비아냥거릴 의도로 쓰인 경우를 왕왕 봤을 것이다.


'애비다'는 경상도 말로 '야위다'라는 뜻이다. 살이 빠져 마른 상태를 말한다. 내가 집에 내려갈 때마다 듣는 소리다. 아무리 포동하게 살이 올라 있어도 엄마, 아빠는 항상 "니 와이리 애빘노."라고 하신다. 애볐다, 애볐어, 애볐노, 로도 사용 가능하다. 


그리고 또 하나! 감탄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이 더러운 물건이나 만져선 안 되는 물건을 만지려고 할 때, 다칠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일 때 "애비애비"라고 쓸 수 있다. 급박할 땐 애비애비애비애비애비애비라고 계속 반복할 수도 있다. 가끔 "이비"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해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계이름으로 억양을 설명해 보겠다. 정확한 음정을 표현하긴 어렵지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 피아노로 쳐보진 말길 부탁드리는 바이다.


아버지와 야위다의 애비다는 솔파레, 감탄사의 애비는 레미레미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사람의 음색마다 근음이 다르기 때문에 미레시나 솔라솔라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피아노로 절대 쳐보지 마시라.





<Satoori 사전>은 경상도 사투리에 관한 매거진입니다. 서울에 사는 경상도 여자가 전하는 사투리억양론, 사투리뉘앙스론, 사투리 단어 등등을 쉽고 재미있게 톺아봅니다. 가, 가가, 가가가와 어, 어어, 어어어와 같은 경상도 사람들만 아는 텍스트의 의미를 알려드립니다. 경상도 사투리 만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