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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으니 Apr 08. 2024

어제 아래

어제 아래, 아래아래, 아래께

직원 K가 부산으로 출장을 다녀와서 '어제 아래', '아래께'라는 말을 못 알아들어서 난감했다고 말했다. 어제 아래, 아래아래, 아래께를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K 때문에 경상도 출신이 반 이상 섞인 사무실에 웃음이 터졌다.


경남에서 '어제 아래'는 '엊그저께'를 뜻한다. '아래께'라고 쓰기도 한다. 경북에서는 '아래아래'라고 쓴다. '아래'는 경상도 전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경상도에서 엊그저께라고 쓰는 사람을 거의 본 적 없다. 그냥 경상도에서 '아래'는 '엊그제'를 말하는구나라고 외우자. 사전적 의미의 '아래' - 어떤 기준보다 낮은 위치를 말할 - 는 '밑에'를 많이 쓴다. 

억양을 계이름으로 표현해 보면 '어제 아래'는 '솔파 도파' '아래께'는 "도파파" 정도일 듯하다. 수도권, 충청권, 전라권 등이 고향인 분들은 그럴싸한 말맛을 살리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경상도는 음의 높낮이로 의사를 표현하는 성조어이고 서울, 경기, 충청, 전라, 강원 등은 음의 길이로 의사를 표현하는 음장어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함경도가 성조, 평안도와 황해도가 음장이다. 탈북자 평안도와 황해도 출신은 서울 억양을 빨리 배운다고 한다. 함경도 출신서울 억양을 배우는 다소 어려움이 있고 고치기 힘든 반면 경상도 지역에 정착한다면 같은 성조어라 빨리 배운다고 한다.


잠깐 삼천포로 빠져보자. 다이애나 도이치의 책 <왜곡하는 뇌>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듣는 말이 음악 지각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음감에 관한 연구에서도 드러난다. 본디 선천적이라 여겨졌던 절대음감이 중국어나 베트남어 등 성조언어 구사자들 사이에서 유의미하게 많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럼 성조어를 쓰는 경상도 사람도 다른 지역 사람에 비해 절대음감이 더 많을까? 누군가 연구해 주시면 좋겠다. 

참고로 어제 아래를 응용한다고 내일 위에라고 쓰면 된다. 일단 가르쳐준 것만 배우자. 


"여러분은 어제 아래 무엇을 하셨나요?"






<Satoori 사전>은 경상도 사투리에 관한 매거진입니다. 서울에 사는 경상도 여자가 전하는 사투리억양론, 사투리뉘앙스론, 사투리 단어 등등을 쉽고 재미있게 톺아봅니다. 가, 가가, 가가가와 어, 어어, 어어어와 같은 경상도 사람들만 아는 텍스트의 의미를 알려드립니다. 경상도 사투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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