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베 얀손 <여름의 책> 민음사
“사랑은 참 이상해.” 소피아가 말했다. “사랑은 줄수록 돌려받지 못해.”
“정말 그래.” 할머니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지?”
“계속 사랑해야지.” 소피아가 위협하듯이 말했다. “더욱더 많이 사랑해야지.”
할머니는 한숨을 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 소피아가 말했다. “가끔은 내가 이 고양이를 미워한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얘를 사랑할 힘이 없는데, 그래도 계속 얘 생각만 나.”
_여름의 책 본문 중에서
동생이 쌍둥이로 태어나는 바람에 엄마 아빠가 귀하디 귀하고 예쁘디 예쁘고 쪼매나고 앙증맞았을 나를 외가가 있는 거제도로 보내버렸다. 이해는 한다….
덕분에 증조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손에 홀로 듬뿍 사랑받고 오야오야 컸다. 그 시절을 잊지 못한다. 이 얘길 하자면 나도 <여름의 책> 한 권 나올 거다. 내내 그때를 생각하며 읽었다. 지금 거제도엔 추억만 남아있다. 내가 얘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추억만이.
내 경험 속에 포함된 적 없었던 문장들을 만나면 머릿속으로 디테일하게 그려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장면마다 너무 아름다워서 할머니와 소피아를 생각만 해도 귀엽고 그립고 빛나고 애틋해진다.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은 ‘무민’ 시리즈의 작가
토베 얀손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한 여름날의 아스라이 애틋한 기억들.
이 책에 대해 박연준 시인님이 이렇게 말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아득해진다. 할머니는 늙고, 소피아는 자랄 것이다. 세상 곳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