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으니 Nov 19. 2024

돈을 받으면 프로다


돈을 받으면 프로다.

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에게 한 말이다. 프로 '출신'이 아니라 돈을 받으면 모두 프로라고. 만약 내가 선수 중 한 명이 되어 그 말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무지하게 쪽팔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부끄러움보다 쪽팔리다는 단어에 가까운 감정.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을 것이고.


글 쓰는 게 좋으면서도 싫다.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을 쓰기 싫다. 글쓰기 싫어서 글을 안 쓰면 재활을 열심히 하지 않는 듯한 불안 같은 것을 느낀다. 그래. 글 좀 쓰자, 마음을 다잡고 노트북 앞에 앉으면 대체 이 글을 누가 읽는다고, 이게 재밌나, 이걸 누가 궁금해한다고,라는 생각에 의욕이 뚝 떨어진다. 글을 쓰는 한 이 감정들은 나를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그래도 쓰는 이유는 뭘까. 좋아서는 절대 아니고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도 아니다. 출간에도 공모전 당선 같은 것에도 그리 큰 뜻은 없다. 되면 좋은, 그저 그뿐이다. 글쓰기가 힘들고 싫은 이유를 말하라면 끝도 없이 말하겠는데 좋은 이유를 말하라면 선뜻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한마디로도, 여러 말로도 이유를 선명하게 말할 수 없어서 신중하게 생각하게 되는데 그렇게 꺼낸 말들이 내 마음을 시원하게 대변해 주지도 않는다. 어쨌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러니까 오늘 생각한 글 쓰는 이유는 "쓰게 됐으니 쓰고 있는 것"이 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겠다. 어쨌든.


대한민국은 작가의 민족이다. 글 쓰는 사람 워낙 많다. 임태운 작가님 말처럼 나도 워낙 많은 사람 중 한 명으로 글쓰기에 일조하고 있다. 그렇게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글을 끙끙거리며 쓰다 보면 질투하고 판단하는 마음들이 올라온다. 출간에도 공모전 당선에도 큰 뜻이 없다고 말해놓고는 이 무슨 억지인지 모르겠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 하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어딘가에 공적으로 내 글을 올려야 할 때면 수없이 퇴고하고 오타를 확인한다. 그렇게 확인해도 시간 지나 다시 보면 이게 그렇게 시간 들여 퇴고한 글이었나 싶어서 허무하다. 완벽하게 쓰려는 마음 때문에 글쓰기가 버겁기만 했던 나에게 아무리 퇴고했어도 완벽한 글은 없고 나중에 다시 퇴고하면 되니까 일단 가볍게 많이 쓰자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그런데 글쓰기로 돈을 벌고, 돈을 받는다면 자신이 쓴 글에 책임을 져야 한다. 돈을 받으면 프로니까. 그전까지는 어떻게 썼건 글쓰기가 업이 된 사람은 공적인 글쓰기에 공을 들여야 함이 맞다. 오타, 맞춤법, 문장의 호응 관계, 글쓰기 패턴 등등 누구보다 민감하게 생각하고 퇴고해야 한다. 입이 떡 벌어지는 대단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는 그것이 글과 작가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라 믿는다.

글에 오타가 있을 수 있다. 맞춤법이 틀릴 수도 있고, 문장의 호응이 어색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독자는 다 안다. 그것이 실수인지 실력인지.


글 쓰는 사람들에게 눈치 주는 글을 써버렸다. 아무래도 직업병이지 싶다. 다양한 필자의 원고를 읽고 편집하다 보니 그런 것들에 더 민감해진 건 사실이다. 업무 특성상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신뢰도 아주 작은 것들에서 무너진다. 어떤 사람의 글에선 매번 오타(사람 이름, 지명 등을 틀리는 것도)가 나온다. 그게 반복되고 일할 때마다 쌓이다 보니 그 사람이 하는 말은 자꾸 검증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원고 분량부터 정확하고 단락 나누기까지 철저하게 계획해서 보낸다.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절로 신뢰가 생긴다.

돈을 받으면 프로다. 그때부터는 사람들에게 평가받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프로니까 스스로 믿을만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 신뢰는 기본적이고 사소한 것으로 쌓인다. 디테일이 퀄리티를 만든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글에 잣대를 두고 평가하면서 읽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일은 진심으로 몇 프로 되지 않는다. 일이 아닌 이상 오타나 맞춤법 틀린 것들이 그리 중요하지도 대수롭지도 않다. 나도 오타 내고 맞춤법 무지하게 틀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우애가 있으니까 꾸준히 쓰면 그게 그리 좋을 뿐이다. 어쨌든, 이 글을 쓰면서 맞춤법 검사기 엄청 돌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아가 밉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